가계부채에 이어 기업부채 관리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세계경제 침체에 엔저ㆍ원고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약화까지 겹쳐 부실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건설ㆍ조선ㆍ해운 등 3대 취약업종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규모는 이미 82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대기업 여신의 25%에 이르는 규모다. 1년 이내 부도가 날 확률이 건설업 9.1%, 해운업 8.5%, 조선업 5.9%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은 지난 3월 말 현재 20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원 늘었다. 기업 부실채권 증가폭이 16조6,000억원으로 가장 크다. 건전성 분류 단계의 가장 밑에 있는 추정손실, 즉 회수할 가망이 전혀 없는 대출이 3개월 새 25%(6,000억원)나 급증한 것도 부담스럽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100개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곳이 지난해 말 28개, 37개로 늘어났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전망도 어둡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90%대에 머물던 한국 비금융 기업의 총부채가 지난해 9월 115%로 높아졌고 오는 2017년에는 122%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해서다.
은행들은 초긴장 상태다. 건설ㆍ조선 업종의 경우 전체 여신 중 연체발생 비율이 13%에 이른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연체여신 비율이 더 높아지고 대손충당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자칫 대출가능 재원이 줄어드는 신용경색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대충대충하다가는 부실만 커지고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부실기업들을 연명시키는 바람에 버블 붕괴 이후 10년 동안 부실채권이 3.3배나 증가했던 일본이 나쁜 본보기다. 정부와 금융권은 옥석을 잘 가려 살릴 기업은 확실하게 살리되 싹수가 노란 기업은 가차없이 정리해야 한다. 부실징후 기업의 재무위기에 대한 조기 경보와 적시대응 체제를 갖추면서도 신용경색이 초래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