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진 속에서 배우 장혁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먼 곳이나 허공을 응시한다. 정면을 바라보더라도 생각하는 표정이다. 이 ‘생각하는 표정’의 배우 장혁(37·사진)이 14일 개봉한 재난 영화 ‘감기’에서는 생각할 여지 없이 뛰고 또 뛰고 생명을 구하는 지구대원 ‘지구’로 변신했다.
14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생각’과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간접 경험이든 직접경험이든 실제로 체험을 해보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촬영을 하면서 감기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인플루엔자가 만들어내는 상황들이 공포스러웠어요. 그런 공포를 표현해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는 ‘감기’의 출연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김성수 감독이고, 두 번째는 ‘지구’가 영웅적 인물이기 때문.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영웅적인 인물이라서 끌렸는데 편집되고 완성된 영화를 보니 지구는 평범하고 소극적인 인물이었어요. 슈퍼맨이 아니었던 거죠. 하지만 감독님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어요.”구조대원의 완벽한 재연을 위해 촬영 기간 내내 소방학교에 가서 테스트와 훈련을 받았다는 그는“연기를 위해 열심히 다녔는데 나중에는 구조대원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서 계속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군대는 장혁을 들었다 놨다 했다. 잘 나가던 20대, 그 20대의 마지막 해(2004년)에 병역비리 사건이 터졌다. 그는 추락했다. 하지만 올해 군대는 장혁을 가수 윤종신을 잇는 ‘예능 늦둥이’로 끌어 올렸다. 잇단 방송 출연으로 그는‘대세남’이 되고 있다. 껄끄러울 수 있는 군대 체험 프로그램‘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이유를 물었다. “극한의 상황을 버티고 나면 ‘힐링’이 돼요. 자신감도 생기고요. 나를 ‘쫄’수 있는 환경을 원해서 출연하겠다고 먼저 이야기했어요. 40대를 앞두고 있는 요즘 군대에 가면 뭔가가 보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고요.”그는 작업을 잘해서 군대에서는‘작업 머슴’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도 전했다.
○…“거친 파도가 노련한 뱃사공을 만든다.” 이는 장혁이 좋아하는 말이다. 그가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촬영 현장을 다니면서 익숙한 풍경도 낯선 풍경도 다시 생각해보고 느껴보는 이유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의 고백과 소문처럼 그는 정말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인터뷰 마칠 시간이 됐음에도“훈훈한 마무리를 위해 조금만 더요”라며 ‘자진 인터뷰 연장’을 세번씩이나 했다. 그의 이런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가 주변을 훈훈하게 만들고 ‘예능 대세남’이 되는 이유를 설명해 줬다. /연승ㆍ이지윤기자 사진=김효진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