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라이프] 음란물 유통 막는 '사이버 경찰'

사람들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조성규 심의부장(42·사진)을 그렇게 부른다.그의 주요 업무는 PC통신과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온갖 범죄나 음란·폭력물을 찾아내 매달 열리는 심의위원회에 상정하는 일. 그중에도 중점적으로 「경찰권」을 행사하는 것은 날마다 셀 수 없이 생겨나는 인터넷 음란 사이트. 조부장이 매일 새로 적발하는 국내외 음란 사이트는 400여개. 이쯤 되면 하루 종일 음화에 파묻혀 사는 셈이다. 그를 도와 음란 사이트를 검색하는 모니터 요원만도 모두 68명. 그것도 모자라 자동으로 음란 사이트를 검색해주는 「X-로봇」이라는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보통 사람들이 그를 부러워할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친구들은 『하루 종일 포로노만 구경하고 월급은 월급대로 받으니 어디 그만한 직장이 있겠느냐』며 농반진반으로 조부장을 부러워한단다. 그럴 때마다 조부장의 대답은 이렇다. 『너도 매일 해봐. 어디 흥분이 되나. 이것도 일종의 산업재해 아니냐.』 음란 사이트는 거의 광속으로 늘어난다. 지금까지 윤리위가 적발한 사이트는 모두 5만여개. 연말까지는 적어도 8만~9만개에 달할 전망이다. 윤리위는 특히 이를 DB로 구축, 각종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에 탑재하고 있다. 음란 사이트가 수적으로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PC의 기능이 향상되고 인터넷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을 그대로 「생중계」해주는 악성 사이트가 갈수록 눈에 띄게 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조부장의 설명. 조부장은 『음란 사이트의 독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전투의지」를 느낀다』고 말한다. 중학생이 된 두 딸 때문만은 아니다. 음화에 묻혀 살면서 오히려 인터넷이 거역할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임을 실감하게 됐기 때문이다. 「사이버 경찰」이란 별칭에도 자부심을 느낀다. 해야 할 일도 산적해 있다. 특히 음화를 뒤지는 일을 제외하면 대부분 다른 기관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번거러운 일이다. 청소년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PC방에 음란물 블랙리스트가 탑재된 차단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일이나, 이 소프트웨어를 가정용 PC에 번들로 제공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또 손질해야 할 관련 법도 한 두 곳이 아니다. 문제는 이 모든 일이 조부장 혼자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점이다. 『이제 인터넷은 단순히 사이버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또다른 세상이다.』 음란물 문제를 풀기 위해 조부장이 세상에 던진 화두다. 이균성기자G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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