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지을때 빚 1억씩 늘어… LH 구조조정 성과 물거품 우려

정부지원 1,700만원 그쳐
공급 늘릴수록 손실 커져
"재정 확보 우선돼야" 지적

새 정부가 공공분양 물량을 축소하는 대신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임대주택 공급 체계 변화 및 LH의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사전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LH가 공급해 입주가 시작된 강남 세곡지구 보금자리주택단지. /서울경제DB


지난 2일 국토해양부가 고양시에 일산 풍동2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해제에 따른 난개발 방지대책 의견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 풍동2지구 사업을 접겠다는 통보인 셈이다.

풍동2지구뿐만 아니다. 201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한 후 20여개 택지지구를 제외한 인천 검단2지구, 화성 장안지구 등 대부분의 사업이 백지화됐다.

이는 사업시행자인 LH의 자금난 때문이다. 빚이 130조원에 달하는 LH로서는 부동산 호황기에 추진했던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했다. LH는 2009년 출범 후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500%가 넘는 부채 비율을 400%대까지 줄이면서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진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후 그동안의 구조조정 성과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새 정부가 LH가 대부분 진행하던 공공주택정책 기조를 바꿔 공급량의 80%를 임대주택으로 지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기대 반 우려 반=13일 국토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업무보고에서 현행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전면 손질해 임대주택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올해 공공주택 공급량을 15만가구로 잡고 이 중 80%인 12만가구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국토부는 현재 40% 선인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임대주택 비율을 70% 이상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공공주택은 대부분 임대주택으로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책 방향에 대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바람직하다는 반응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인근 아파트값보다 30% 정도 싸게 나오면서 민간 분양 시장의 위축을 불러오고 건설사들도 공급을 피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보금자리주택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연구위원은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임대주택 위주로 공급을 하되 규모를 줄이는 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분양 주택은 민간을 중심으로 공급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부동산 일각에서는 임대주택을 늘리기 위해서는 재정 확보가 우선 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LH에 임대주택 공급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LH의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 아니라 공기업의 신용도를 떨어뜨려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다.

◇정부 지원 늘리고 LH 평가기준도 변해야=현 체계에서 공공임대주택은 공급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LH가 공급하는 국민임대주택(전용면적 62㎡)의 경우 1가구를 지을 때마다 부채가 1억1,400만원씩 늘어난다. 정부의 임대주택 지원액이 가구당 1,700만원으로 턱없이 부족한 데다 실제 소요되는 사업비와 정부가 책정한 사업비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 저소득층에 공급돼 임대료도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임대주택을 공급해 운영하면 할수록 손해는 더욱 쌓이게 된다. 실제로 2011년 기준 LH의 임대사업으로 인한 손실은 9,038억원에 달했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게 되면 LH의 적자 폭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진미윤 한국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공공주택 정책은 공공분양의 수익금을 바탕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라는 식"이라며 "이런 교차보조의 성격을 무시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전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책 방향대로 분양 주택을 줄이고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LH 등 공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논의가 등장하고 있지만 현재 1,700만원으로 정해진 정부 지원금을 늘리고 국민주택기금의 이자를 낮추는 것이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결국 LH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야만 인수위원회가 구상하고 있는 주택 공급 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일반 공기업을 평가하는 수익성 잣대가 아닌 주거 복지,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도 등으로 LH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도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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