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국, 유럽 국부펀드 규제에 반발

두바이월드 회장 "다른 사모펀드와 비교해 차별적" 성토

막대한 오일달러를 활용해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이 이를 규제하려는 유럽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의 빈 술라이엠 회장은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국부펀드에 대한 과도한 투명성 요구는 중동자본이 유럽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은 지금 국가의 전략적 자산에 대한 투자를 규제하는 미국보다도 더한 강도의 압력을 국부펀드에 가하고 있다”며 “이는 다른 사모펀드와 비교할 때 차별적 행위”라고 성토했다. 이에 앞서 쿠웨이트투자청도 투명성과 공정성 등을 담보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지난해에 만든 국부펀드 행동규정을 비판했다. 유럽위원회는 투명성 조항과 관련해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EU차원의 광범위한 규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술라이엠 회장의 이 같은 비판은 과거 경험과도 맥이 닿아 있다. 그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두바이월드는 지난 2006년 미국 항만운영권을 보유한 영국기업 P&O를 인수했지만, 미 의회의 반발로 결국 AIG에 P&O를 매각한 적이 있다. 술라이엠 회장은 “우리의 모든 투자는 정치적 고려 없이 상업적 가치에 의해서 이뤄진다”며 “우리의 투자 기록은 공개돼 있다”고 강변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중동 국부펀드 규모는 ▲UAE 8,75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 2,890억달러 ▲쿠웨이트 2,130억달러 등이다. 이들 국부펀드에 대한 서구 사회의 경계심은 커지고 있지만, 신용위기에 따른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금융 기관에 대한 투자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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