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보안/주미대사관 사무실 ‘도청예방’ 일상화(외교가 산책)

◎PC 자판치면 암호로 자동변환 전송/2000년내 광역 DB외교망 구축 추진미연방수사국(FBI)이 미 해군정보국에 근무하는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을 스파이 혐의로 구속한 사건을 역설적으로 해석하면 미 정보당국의 치밀한 도청행위를 반증하는 것이다. 로버트 김이 지난 3월 워싱턴 인근의 한 호텔 객실에서 주미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백동일 대령 등과 만나 나눈 대화는 미 정보당국에 의해 낱낱이 도청됐고 심지어 비디오테이프에까지 담겨졌다. 이 사건으로 미루어 보아 미 정보당국은 다른 나라 정부기관 등에 대해서도 도청·감청 등을 통해 활발한 정보수집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존 도이치 미 중앙정보국(CIA)국장이 지난 5월 상원 정보위에 제출한 서면답변자료에서 주요 무역협상 대상국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정보수집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같은 활동이 협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증언한 것은 이같은 추론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그러하니 주미 한국대사관에서는 도청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사무실에 라디오나 TV를 켜놓는 것이 습관화됐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전화통화 뿐만이 아니다. 재외공관과 본부를 오가는 전문도 암호로 번역해 전송해야 한다. 60, 70년대에 외무부에 첫발을 들여놓은 많은 외교관들은 수동암호기를 쓰던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어깨가 뻑쩍지근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전문의 글자를 초·중·종성마다 암호처리를 해 드르륵 드르륵 암호기를 돌려가며 전문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8쪽 분량을 보내려면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12시간 가량을 꼬박 새우며 씨름을 해야 했다고 회고한다. 수동암호기가 타자를 치는 것과 유사한 반자동암호기로 바뀌면서 전문을 보내는 시간은 3분의 1로 단축됐다. 이같은 구식 암호기에 비한다면 PC 자판을 치면 자동으로 암호처리되는 현재의 방식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문명의 이기다. 암호번역체계가 노출되지 않도록 일정 주기마다 바꾸는 것은 물론이다. 외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업무현황보고에 따르면 외무부는 이밖에도 비화팩스통신망도 가동중이다. 외무부는 이와함께 2000년까지 본부와 재외공관, 재외공관간을 연결하는 광역외교정보망과 외교정보 종합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보안대책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임은 물론이다.<임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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