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2명 근무… 최첨단 복지시설 일도 감탄/편의시설 완벽… 정상인동료 보다 표정 밝아9월은 정부가 정한 장애인고용촉진의 달. 그러나 3백인이상 장애인고용 의무업체의 장애인고용률은 0.45%로 기준고용률 2%에 크게 못미쳐 장애인고용촉진의 달을 무색케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재활과 자립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장애인전용 공장 무궁화전자와 장애인 통합고용의 모범사업장인 현대전자 이천공장을 찾았다. 두 공장은 장애인에게 재활과 자립의지를 키워주는 꿈의 일터였다.<편집자주>
18일 낮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원천동 무궁화전자 공장. 무선전화기를 비롯한 커피메이커, 정수기, 헤어드라이기, 가습기 등을 조립생산하는 이 공장에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장애인들의 빠른 손놀림으로 부산하다. 이 공장의 전체 인원 1백82명 중 장애인은 1백2명이다. 소아마비(31명), 뇌성마비(21명), 척추손상(7명) 등 지체장애자가 모두 87명이고 청각장애자가 15명이다. 특히 1∼2급의 중증장애인이 55%인 56명이나 된다. 한달에 무선전화기 1만5천대, 커피메이커 5천대, 정수기 1천대, 헤어드라이기 1만5천개, 가습기 1만대가 이들 손으로 조립돼 월 4억8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오영길공장장은 『일반공장보다 불량률은 5∼6%가량 낮으나 생산성은 정상인에 비해 약 15% 가량 떨어진다』며 『그러나 모두가 자립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이드폰」을 조립하는 성장장애인 이의원씨(20)는 『입사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일하고 생활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무궁화전자는 지난 94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특별지시로 2백34억원을 들여 지었다. 작업장은 자연채광의 첨단시설을 도입했다. 1백명이 생활하는 기숙사는 계단없는 우레탄 경사로, 휠체어 바퀴가 걸리면 센서가 작동되는 특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사회복지 시설이 잘 돼 있다는 일본에서 조차 무궁화전자의 시설과 운영 노하우를 배워 갈 정도로 시설과 운영이 세계적이다.
경기도 이천의 현대전자는 가장 많은 장애인들이 일반 정상인들과 함께 일하는 공동체 작업장으로 장애인 통합고용의 모범사업장이다. 이 공장에는 지체 48명, 청각 56명, 시각 3명 등 모두 1백7명의 장애인들이 정상인들의 틈속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중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이 6명, 대졸자도 16명에 달하며 부장1명, 차장 1명, 과장은 5명이나 된다. 이 공장에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장애인전용 엘리베이터가 기숙사, 메모리마스크공장 등 모두 4곳에 설치돼 있으며 장애인 전용의 화장실과 핸드레일, 경사로 등이 건물마다 설치돼 있다. 특히 청각장애자를 위한 전용 팩시밀리를 비롯, 비디오방까지 갖추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추천으로 입사, 「마킹공정」에서 일하는 청각장애인 김태동씨(26)는 『정상인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함께 일하기 때문에 뿌듯하다』며 『주위의 동료들이 너무나 따뜻하게 도와주고 있어 일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같이 일하는 정상인 박미영씨(22·여)는 『오히려 정상인들보다 표정이 밝은 편』이라며 『장애인 근로자들과 대화하기 위해 수화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전자 김병훈 상무는 『장애인의 건의나 고충사항을 경영층이 직접 듣고 개선하는 「우리사랑」이라는 대화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정상인과 동등한 입장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수원·이천=최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