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남아공 핵개발 제대로 간파 못해"

지난 93년 남아공의 F.W 드 클레르크 대통령이 핵개발을 끝냈다고 발표할 때까지 미국은 20여년간 남아공의 핵개발 과정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13일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미 국립문서보관소가 이날 정보공개법에 따라 비밀문서를 재분류, 홈페이지에 공개한 남아공 핵개발 관련 외교전문를 통해 밝혀졌다. 남아공은 지난 1970년 민간용 핵발전을 위한 새로운 우라늄 농축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번에 공개된 1970년대말 외교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확실히 알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1974년 7월22일 작성된 전문은 남아공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을 받는연구용 원자로 하나를 갖고 있으나 핵무기를 생산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했지만반대로 1977년 8월18일 작성된 전문은 남아공이 핵무기를 만들거나 핵실험을 했을가능성을 제기, 평가가 엇갈렸다. 남아공이 비밀 핵개발 계획에 착수한 지 3년 후인 1976년 작성된 전문에는 남아공 원자력위원회 관계자가 "우리는 핵폭탄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고됐으나 CIA(중앙정보국) 관계자들은 그 정보는 CIA의 추적을 따돌리려는 역정보일지 모른다고 추정했던 것으로 드러나 정보판단의 미숙을 노출하기도 했다. 또 지난 1979년 미국의 벨라 관측위성이 남아프리카 인근 바다에서 낮은 수준의 핵실험이 있었던 것을 탐지했으나 수년동안 남아공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이스라엘이 중성자폭탄 실험을 했을 것이라고 `엉터리' 추측을 했었다. 당시 드 클레르크 대통령도 의회 연설에서 남아공은 핵무기를 그들의 무기를 실험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며 `연막작전'을 펼쳤고, 문서작성자는 남아공이 핵실험을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박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남아공은 1980년께 처음으로 핵폭탄을 만들었고, 1993년 3월 핵무기 개발 완료를 전세계에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남아공 관련 30건 이상의 자료를 수집한 제프리 리첼슨은 AP통신에 "자료를 보면 미국은 남아공의 핵프로그램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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