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지난 3일 44개 지방자치단체에 “내년도 지방의회 의원 의정비(의정활동비+월정수당) 인상 폭을 낮춰달라”고 권고하자 20여개 지방의회가 100만~500만원 가량씩, 생색내기수준의 삭감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6개 자치구와 몇몇 군 의회 등의 인하 폭이 ‘시ㆍ군ㆍ구별 평균 의정비(각 3,911만원, 3,501만원, 4,163만원) 또는 인상률(각 36%, 43%, 35%) 이하로 낮춰야 권고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는 행자부의 내부 가이드라인에 미달, 정부가 이들 지자체에 당초 공언한대로 교부세 감액 등의 제재를 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구두(口頭) 가이드라인’ 급조= 행자부의 ‘의정비 가이드라인’에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행자부는 지방의원 의정비 인상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재정자립도가 시ㆍ군ㆍ구별 평균을 밑돌면서 의정비와 인상률은 평균을 웃돈 자치단체’ 등 44곳을 선정, 의정비 인상 폭 하향조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얼마 이하로 낮춰달라’고 못박지 못한 채 권고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내부 기준(가이드라인)을 마련, 44개 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에서 전화로 문의해오면 설명해 왔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구두(口頭)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행자부는 명예직이던 지방의원이 지난해부터 유급제로 전환되기에 앞서 지방자치법령에 ‘의정비 인상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려다 “지역별로 획일화할 수 없고 지방자치 정신을 훼손시킨다” “의정비가 현실화돼야 전문인력 진출이 활성화돼 지자체에 대한 견제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반대론에 밀려 포기한 바 있다. 여수(4,100만→3,900만원ㆍ42%↑) 등 전남지역 6개 시ㆍ군, 경남 통영시(3,960만→3,630만원ㆍ59%↑), 충북 영동군(3,912만→3,480만원ㆍ54%↑) 의회 등은 인상액을 당초 안보다 200만~432만원씩 낮춰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킨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과도한 의정비 인상에 반대하는 주민 여론과 행자부의 교부세 감액 등 행정ㆍ재정적 제재 경고, 지난 달 국회를 통과한 ‘동ㆍ서ㆍ남해안권발전특별법’ 후속조치와 ‘2012 여수 엑스포’ 준비에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 서울시 자치구 등 ‘무늬만 삭감’= 반면 의정비 인상률 전국 1위(98%, 2,120만→4,200만원)에 올라 인하 권고를 받은 뒤 3,696만원(74%↑)으로 504만원을 깎은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한 전북 무주군의회, 4,668만원(58%↑)으로 372만원을 깎은 수정안을 처리한 울산 동구의회, 의원간담회에서 3,660만원(56%↑)으로 420만원을 깎기로 잠정 결정한 강원도 영월군의회 등은 행자부 가이드라인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서울의 6개 자치구(강북ㆍ관악ㆍ금천ㆍ노원ㆍ은평ㆍ중랑)는 의정비 인상 폭을 낮추는 데 매우 소극적이다. 강북구의회는 행자부가 나서기 전인 지난 달 말 의정비를 67%(3,284만→5,495만원) 인상하는 원안을, 노원구의회는 이달 5일 5,480만원(53%↑)으로 120만원을 깎은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관악구의회는 12일 운영위원회에서 128만원이 깎인 5,172만원(61%↑) 인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