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원화 강세 흐름이 가파르게 전개되면서 환율이 재테크 전략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달러화나 엔화가 쌀 때 미리 사두려는 심산으로 외화예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은행들도 이런 수요에 발맞춰 외화예금 상품을 출시하거나 외화의 원화 전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반면 경기침체 등으로 외화대출은 줄고 있어 대조를 보였다.
특히 예상보다 가파른 환율 변동에도 불구하고 환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선물환 계약은 의외로 잠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중소수출기업에 타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외화예금 증가세 뚜렷=외화예금은 90% 이상이 달러화나 엔화 예금으로 선진국의 양적 완화 등이 수요를 늘리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환율이 낮을 때 해당 국가 통화를 환전해 저축하면 환율 상승기에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은행들의 외화예금은 최근 2년 새 큰 폭으로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외화예금 잔액이 지난 2011년 1월 말 33억달러에서 지난해 11월 62억달러로 100% 가까이 불었다. 자금 수요가 몰리며 12월에 58억달러로 주춤했지만 외화예금의 상승세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국민은행은 2011년 1월 20억달러에서 지난해 11월 41억달러로,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31억달러에서 53억달러로 급증했다.
차입과 채권발행보다는 외화의 안정적 조달 창구로서 외화예금을 선호하는 은행들의 적극적인 유치 전략도 외화예금 증가의 한 원인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엔저를 겨냥해 '엔화대출 원화전환'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원화대출로 전환시 ▦환율 최고 50% 우대 ▦대출금리 최고 1%포인트 우대 등을 지원해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은행 측은 보고 있다.
◇관련 펀드도 인기, 외화대출은 잠잠=엔화 약세로 일본 증시가 기지개를 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본 현지 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일본 펀드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 가치 하락이 단기 추세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분산 투자 차원에서 일본 펀드에 관심을 표명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며 "다만 일본 펀드의 수익률이 주가 지수 상승에 힘입어 좋아져도 엔저 현상으로 환차손이 발생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외화대출 수요는 오히려 침체 양상을 띠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1월 21억달러에서 같은 해 11월 18억달러로 감소했고 다른 은행도 대동소이했다. 예측하기 힘든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은행의 대출 심사가 이전보다 깐깐해졌고 경기 침체로 수요 자체도 준 탓이다.
환 헤지 수요도 큰 변화가 없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뒤늦게 관련 상품에 가입하기는 부담스러운데다 올 상반기 국내 기준 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도 높아 더 관망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