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 기업 존속가치 7100억 많다

부실 원흉 장기용선 계약 대부분 해지
해외 선주 변제액도 1조6000억그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STX팬오션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약 7,100억원 많다는 조사위원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회사부실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해외 선주사들과의 장기용선(用船∙빌린 배) 계약은 대부분 해지하고 6조원이 넘는 채무는 최장 10년에 걸쳐 분할 변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관리인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STX팬오션의 계속기업가치는 1조3,900억원으로 청산가치 6,800억원보다 7,100억원 높았다. STX팬오션을 지금 청산하는 것보다 회생절차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낫다는 의미다.

앞서 법원은 지난 6월 한영회계법인을 조사위원으로 선임한 뒤 STX팬오션의 채무현황과 회생 가능성 등을 평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 보고서는 관리인이 앞으로 작성할 회생계획안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 다음달 5일 열리는 1차 채권관계인 집회에서 공개된다.

조사보고서에서는 STX팬오션이 갚아야 할 채권이 6조2,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채권종류별로 보면 회생채권(무담보)이 3조5,900억원으로 가장 많고 공익채권 2조6,400억원, 회생담보권 520억원 등의 순이다. 회생채권은 상거래채무∙금융기관채무∙회사채 등 개시결정 이전에 담보 없이 차입한 채무로 변제순위가 가장 밀린다. 공익채권은 근로자임금∙외상매입금처럼 회사를 운영하며 발생한 것으로 개시 결정 이후 발생한 채무다. 수시로 변제가 가능하며 변제순위도 회생담보권 다음이다.

보고서에서는 STX 팬오션이 이 같은 채무를 최장 10년에 걸쳐 나눠 갚는 방안을 제시했다.

회생채권의 경우 원금의 70%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30%를 10년에 걸쳐 분할 변제한다. 내년과 오는 2015년까지 각각 1%, 2016년~2020년 각각 5%, 2021~2023년 25%, 25%, 23%씩을 상환한다. 회생채권자 중 특수관계채무자는 90% 출자전환 후 같은 방식으로 변제한다. 우선변제 대상 채권의 경우 준비연도(2013년)에 77%, 1차연도에 23%를 변제하고 자산유동화 차임금은 올해 모두 갚기로 했다.

회생담보권은 준비연도까지 거치한 후 내년부터 2016년까지 각각 30%, 30%, 40% 변제한다.

다음달 5일 열리는 1차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자들이 이 같은 내용에 동의하면 관리인은 본격적인 회생계획안 마련에 착수하게 된다.

STX팬오션은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부실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고가의 장기용선을 포함한 용선계약 대부분을 해지하기로 했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STX팬오션이 해외 선주사들과 맺은 용선 계약은 총 190척이다. 팬오션은 오는 11월 회생계획안 제출 이전까지 10척 정도만 남기고 모두 해지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접수된 손해배상 청구액이 4조2,000억원에 달하지만 팬오션은 이 가운데 1조6,800억원 정도만 변제할 계획이다. 국내외 화주들과 10년 이상 장기운송 계약을 맺은 사선(私船∙회사 소유 배)은 영업구조가 안정적인 만큼 일부(17척)만 매각하고 그대로 유지해나가기로 했다.

STX팬오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해외 선주사들이 손해배상액을 부풀려 청구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이상 선주사들도 결국 회사의 변제계획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높은 용선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대한해운의 사례가 이와 비슷하다. 대한해운이 과거에 맺은 용선 계약 정리에 나서자 해외 선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법정관리 중인 회사를 상대로 이렇다 할 채권회수 방안이 없던 이들은 결국 회사가 마련한 회생계획안을 받아들였다.

대한해운은 올 3월 회생계획안을 변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몸집을 크게 줄여 현재 법정관리 신청 2년반 만에 다른 그룹과의 인수합병(M&A)을 눈앞에 두고 있다.

STX팬오션은 법정관리 조기졸업제도인 패스트트랙를 활용할 경우 대한해운 때보다 정상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11월 중순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회사를 운영해나갈 수 있는 실탄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신규 자금 2,000억원 외에 다음달 중순까지 일부 선박 매각, 선박제작 취소 등으로 약 2,500억원의 현금이 추가로 유입된다. 이 정도면 유동성 부족은 해결된다"면서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이전까지 내부 비용 구조조정 등을 통해 조직을 생존형 구조로 바꾸고 영업력을 회복시키는 과제만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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