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ㆍ참담ㆍ절박…" 9일 경선 불참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새누리당의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심경을 여과 없이 표현했다. 앞으로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돕겠느냐는 질문에도 말을 아끼며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대선에서 어떤 모습으로라도 당에 기여하고 이바지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지만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경선 불참 선언을 먼저 한 쪽은 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은 현재 모습이 과연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차기 정권을 감당할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며 경선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오후에는 정 전 대표가 "1987년 민주화 이후 4반세기가 지난 현시점에서 정당독재가 미화되고 찬양되는 시대착오적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가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새누리당이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묵인하고 방조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불참 선언은 경선 룰 논의가 당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비박근혜 측은 당에서 소통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비판한다. 한 비박(非朴)계 의원은 "퇴로를 차단했는데 무슨 명분으로 경선에 나가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황우여 대표가 할 만큼 했다"고 평했다. 황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자기가 목숨 걸고 하려면 하는 거고 말려면 마는 거지"라며 더 이상 붙잡을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당장 새누리당은 경선 흥행이 과제로 남았다. 비박 3인방 중 한 명인 김문수 경기지사가 경선 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박근혜 추대대회'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선 룰 논쟁 과정에서 벌어진 불통 이미지 극복도 시급하다. 정 전 대표와 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각각 '소통하고 화합하는 리더십' '당내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박 전 위원장의 불통 이미지를 겨냥했다.
당에서는 정 전 대표와 이 의원이 탈당은 배제하는 만큼 대선 후보가 결정된 후 일정한 역할을 해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이 주장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등의 정책을 박 전 위원장의 캠프에서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