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소음에 먼지 날리는 공단에서 옥외 놀이터를 지으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A업체 대표는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건물 안에 직원들을 위한 '직장 내 어린이집'을 마련하려다 규정에 발목을 잡혔다. 직원들에게 대기업 못지 않은 복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계획한 사내 어린이집은 관련 규제 때문에 단 49명만 이용 가능한 제한적인 공간이 돼버렸다.
업체 대표는 "수용인원을 더욱 늘리려면 현행법상 옥외 놀이터를 마련해야 하지만 시끄러운 소음과 먼지가 발생하는 공단에서 야외 놀이터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보육정원 50인 이상의 직장 내 어린이집은 의무적으로 옥외 놀이터를 마련해야 한다. 옥외 놀이터를 설치하지 않으려면 100m 이내에 기준을 충족하는 놀이터가 존재해야 하지만 도심지역이 아닌 공단 내에서는 차로 20분을 나가야 놀이터가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보건복지부 담당 관계자는 "대기업들 가운데 직장 내 어린이집을 여러 개 운영하는 곳도 있다"며 "옥외 놀이터 마련이 어려운 상태에서 수용인원이 많을 경우 원하는 만큼 사내에 어린이 집을 더 지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에겐 이 같은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직장 내에서 여러 개의 어린이집을 허가 받으려면 개별 어린이집 마다 담당하는 원장과 교사를 고용해야 하는데 중소기업들이 불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이야 그만큼 여력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에서 두 개 이상의 어린이 집을 운영하는 것은 옥외 놀이터를 짓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며 "이런 규정 때문에 대부분 직장 내 어린이 집이 49명 이하로 운영되고 있어 모두가 이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천 남동공단 등 공장밀집 지역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은 단 4곳. 이마저도 모두 49인 이하로 인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A업체와 같은 이유로 직원들의 숫자와 상관없이 작은 규모로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남동공단 내 구청에서 운영하는 공립 어린이집이 마련돼 있지만 현재 20명 넘는 인원이 대기중이라 수용을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주안국가산업단지 안에는 어린이집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대해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정책인 만큼 상황에 따라 복지부와 지자체, 기업이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50인이 넘어가면 아이들을 위해 옥외 놀이터가 마련되는 것이 맞지만 중소기업의 여건상 한계가 있다"며 "공단처럼 특수한 상황인 경우 아이들과 중소기업 직원들을 위해 또 다른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