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존 스노 재무 장관 등 미국 경제 사령탑의 계산된 발언에 의해 미국 국채(TB) 시장과 국제외환시장에 이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이 지난주 의회에서 디플레이션 방지 대책이 서 있다고 밝힌 후 미국 국채(TB) 수익률이 45년만에 최저로 떨어지고, 존 스노 장관이 달러 하락을 용인한다고 말하자 달러는 유로에 대해 99년 출범 가격 이하로 하락했다. 미국 경제의 두 거물의 발언은 계산되고 서로 조율된 것으로, 시장 개입이 없이 립서비스에 의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지난 23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TB 수익률은 1958년 이래 최저인 3.30%까지 떨어졌다가 3.33%를 회복했다. 그린스펀 의장이 디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다 쓰겠다고 밝힌 데다 마크 올슨 FRB 이사도 이를 뒷받침하는 발언을 하자, 채권 트레이더들은 FRB가 시장 금리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조만간 대량의 TB 매입에 나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주 하루 TB 거래량은 200억 달러로, 지난해 하루 평균 거래량 25억 달러보다 10배에 가까운 TB 수요가 발생했는데, 일본은행(BOJ)이 최대 고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자국 제조업 소생과 디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달러 절하를 시도하는 가운데, 일본이 엔화하락을 저지하는 과정에 그 불똥이 TB 시장으로 옮겨 붙은 것이다.
TB 수익률 하락은 주택담보금융(모기지) 이자율과 시장 금리를 하락시키므로, 이에 따라 시중 유동성 확대와 부동산 시장 열기 유지에 도움이 된다. 채권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한 FRB가 디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TB 시장에 개입할 것이므로, TB 시장 과열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조만간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면 TB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견해를 압도하고 있다.
한편 달러는 7주째 하락세를 지속해 99년 유로가 출범할때의 환율 1유로당 1.17 달러 이하로 떨어졌으며, 유로의 사상 최강세 환율이었던 1.179에 육박하고 있다. 외환 딜러들은 달러 환율이 조만간 1.20을 테스트할 것이며, 이 심리적 저지선이 붕괴될 경우 유럽중앙은행(ECB)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최대의 달러 하락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달러 하락의 최대 피해자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독일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달러를 팔고 유로 매입에 나서는 세력은 미국 중심의 세계를 견제하고 있는 중동 국가와 중국인 것으로 외환시장에 알려져 있다.
메릴린치는 연말까지 1유로가 1.25 달러, 골드만삭스는 1.35달러까지 갈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달러는 유로에 대해 지난 12개월 동안 21.4%, 이달들어 5.2% 하락했다.
<신경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