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부 3.0' 지키지 않는 미래부


지난 24일 오전 일부 언론에 이동통신 3사의 3월 말 기준 점유율 통계가 보도됐다. 순차 영업정지 제재의 여파로 단독영업을 한 SK텔레콤의 점유율은 상승하고 영업정지된 KT의 점유율은 30% 밑으로 떨어졌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통 3사의 점유율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무선통신 가입자 통계'를 토대로 산출된다. 그런데 보도가 나온 그 시각, 미래부 홈페이지에서는 '가입자 통계'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한마디로 정부가 공식 발표하지도 않은 통계가 일부 언론을 통해 미리 공개된 것이다. 미래부가 '가입자 통계'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때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몇 시간이 지난 그날 오후였다. 미래부의 해명은 이렇다. "일부 언론의 문의를 받고 미리 알려줬다"는 것이다. 이통 3사의 점유율 통계는 민감하다. 먼저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특정 이통사의 점유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사실을 안 투자자는 미리 주식을 매입해 이익을 볼 수 있다. 어떤 이통사를 선택할지를 고민하는 소비자에게도 중요한 정보다. 0.1%포인트의 점유율 변화에 희비가 엇갈리는 이통사는 말할 것도 없다. 만일 가입자 통계를 미리 알아낸 게 언론이 아닌 '불순한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었다면, 이 정보가 어떤 목적으로 쓰였을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통계'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래서 통계 공표에는 몇 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우선 '사전 공표 금지'다. 특정인이 미리 알지 못하도록 비밀을 엄수해야 한다. 또 하나는 '공표일의 사전 공지'다. 예컨대 '매월 0번째주 0요일 00시' '매월 0일 00시' 등으로 미리 정해놓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시각에 동일한 내용의 통계를 공평하게 접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입자 통계에는 이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정보가 사전에 공개됐을 뿐 아니라 공개 날짜도 3월 말 통계는 이달 24일, 2월 말 통계는 3월25일 식으로 매번 바뀌었다. 미래부가 신생 부처여서 그런지 몰라도 2006년 1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통계는 아예 빠져 있다. 가입자 통계가 비록 이통협회의 자료를 취합해 참고용으로 공개하는 '비법정' 통계라고 해도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정부 3.0'도 투명한 정보공개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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