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호이 스캔들에도 사퇴 거부… 스페인 경제개혁 흔들리나

금품수수 의혹 확산에 집권당 리더십 큰 타격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최근 불거진 금품수수 스캔들에 따른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총리 사임에 의한 정국불안이 스페인 경제를 뒤흔들 가능성은 일단 저지됐지만 부패에 연루된 집권여당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고 있어 스페인 경제가 정치에 발목 잡혀 불안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라호이 총리는 이날 폴란드 총리와의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페인의 정치안정을 유지할 것이며 유권자가 준 사명을 다할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경제불안에 대한 시선을 의식한 듯 "정치ㆍ경제개혁은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호이 총리는 지난 2월 자신을 비롯한 집권 국민당 주요 인사들이 건설업체 등으로부터 비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권으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아왔다. 이날 회견에 앞서 국민당의 전 회계책임자인 루이스 바르세나스는 법정에서 "2008∼2010년 라호이 총리와 마리아 델로레스 데 코스페달 국민당 사무총장에게 수만유로를 몰래 현금으로 건넸다"고 증언했다. 스페인 일간 엘문도도 이날 바르세나스의 장부를 인용해 라호이 총리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내무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불법자금 4만2,000유로를 받았다며 바르세나스와 메시지를 주고 받은 사실을 보도했다.

부패 스캔들의 파문이 확산되자 스페인 정부는 이번 사태의 불똥이 경제로 튈 것을 우려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루이스 데 긴도스 경제장관은 이날 스페인 IBEX35증시가 0.13% 오르는 등 시장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사건의 파장이 경제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세간의 관측을 부인했다.

하지만 라호이 총리를 둘러싼 부패 스캔들로 집권여당의 리더십이 크게 실추되면서 그가 추진하는 개혁정책이 흔들리고 나아가 스페인 경제가 또다시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같은 날 보고서를 내 "은행들의 지급여력은 개선됐지만 스페인의 경제적 문제는 여전히 악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이미 41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에 대한 더욱 강도 높은 구조개혁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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