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러차관 대지급 촉구
정부 7월 노정합의때 상환약속불구 지연
은행권이 지난 91년 러시아에 제공했던 약 10억달러 규모의 경협차관을 되돌려받지 못해 수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금융감독원이 대러시아 차관의 정부보증분(원금의 약 90%)에 대해 자산건전성을 '고정'으로 분류하라는 의견을 제시해 채권은행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채권은행들은 현재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는 대러시아 차관을 고정으로 분류할 경우 대손충당금 추가설정 규모만 1억8,000만달러(약 2,100억원)에 달하는데다 약 4억5,000만달러(약 5,400억원)에 달하는 기존 미수이자도 전액 손실처리 될 가능성이 높아 연말 결산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채권은행들은 특히 정부가 지난 7월 노정합의에서 러시아차관에 대한 정부보증분을 조속히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상환을 미루고 있다며, 연말까지 보증서 조건대로 전액 일시대지급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이번주 중 발송하기로 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 한빛 국민 조흥 서울 신한은행과 정리금융공사, 수출입은행등 대러시아 차관 채권기관들은 최근 긴급모임을 갖고 지난주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우리나라 정부와 러시아의 경협차관 채무재조정 결과에 관계없이 원리금전액을 연내 대지급해 줄 것을 재차 정부에 촉구하기로 했다.
채권은행들은 분할대지급등 여러방안이 논의되고는 있지만 은행권이 입고 있는 손실을 최소화하고 정부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면 반드시 연내 전액 일시상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주관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난주말까지 개별은행으로부터 건의서를 제출받아 이번주초 정부에 상환촉구 문서를 발송할 방침이다.
한편 채권은행들은 금감원이 서울, 한빛등 일부은행에 대한 검사과정에서 러시아차관 상환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을 반영해 정부보증분에 대해서도 '고정'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데 대해 공동보조를 통해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은행들은 현재 정부보증분을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수억달러의 추가손실 부담도 문제지만 정부가 보증한 대출금을 고정으로 분류하라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정부는 당초 약속한 대지급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대해 "해당은행에 파견을 나간 검사관의 개인의견일 뿐 금감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은행권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 한빛, 외환, 조흥등 10개 시중은행이 지난 91년 러시아에 제공한 차관은 원금만 10억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 이자만 상환돼 현재 원리금 잔액은 16억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은행별로는 한빛은행이 2억2,000만달러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이 1억5,000만달러, 서울 조흥 외환 국민은행등이 각각 1억1,000만달러, 한미와 신한은행이 각 4,00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