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高’ 외화예금 가입자 환차손 비상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원高)하면서 미국 달러화로 예금하는 외화예금에 가입한 기업과 개인들이 거액의 환차손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결제대금 마련 등 유동성 확보가 아닌 투자목적으로 외화예금에 가입한 기업들과 여유자금으로 달러를 대거 사들였던 부유층들은 낮은 이율에다 환차손까지 겹치면서 어찌해야 할 지 고민이다. 반면 달러로 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환율하락으로 빚 부담이 오히려 크게 줄어드는 등 외화 예금고객과 대출고객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과 개인들이 은행에 맡긴 거주자 외화예금 규모(잔액기준)는 지난 9월 말 현재 148억달러로 올들어 24억3,000만달러(지난해 말 124억3,000만달러)나 증가했다. 원ㆍ달러환율이 작년말(1,186.2원ㆍ종가기준)에 비해 36원 정도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870억원 가량 손해를 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화예금의 경우 투자나 투기목적보다는 유동성조절차원에서 가입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올들어 계속된 환율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증가세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외화예금 가입자 중에는 향후 환율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고 투자목적으로 달러를 사둔 기업이나 개인들도 적지 않아 상대적으로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여행이나 출장 등 실수요를 중심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달러를 매입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부유층 고객들은 여유자금을 다양하게 굴리기 위해 외화예금에 가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프라이빗뱅킹(PB) 영업을 강화하면서 여유자금이 많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외화예금을 적극 권했던 일부 은행들은 환차손을 입은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등 큰 홍역을 치루고 있다. 반면 외화예금과는 달리 올들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해외투자 펀드의 경우 대부분 파생금융기법을 통해 환율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돼 있어 고객들의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환율이 요즘처럼 하락하거나 반대로 급격하게 오를 때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고 싶다면 선물환 거래 등을 통해 환차손을 보상해 주는 외화예금 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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