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허괴물은 특허괴물로 대항해야

대표적인 공격형 특허괴물인 미국 인터디지털과 캐나다 모사이드 2개 업체가 우리나라에서만 40%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특허보유 건수가 세계 4위까지 올라서는 등 나름대로 선전하는 것으로 봤는데 곳곳에 허점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2008년 32억달러에서 2010년 69억달러로 늘어났다. 특허보유가 세계 4위까지 올라갔으면 흑자로 돌아서든지 적어도 적자가 줄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허보유가 건수와 실적 위주로 치우치면서 실제 돈이 되는 원천특허ㆍ핵심특허 분야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연간 15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서도 특허가 많이 출원되나 최종 무효비율이 80%에 육박하고 그나마 양질의 특허는 사후관리가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특허괴물의 봉 노릇을 하지 않으려면 국내 특허 비즈니스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허ㆍ아이디어 등 지식재산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사회문화적인 풍토조성이 우선이다.

특허전문기업(특허괴물)도 키워야 한다. 특허괴물에 대항하거나 때에 따라 적극적인 공세를 펴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는 2010년 민관 합동으로 특허관리 전문기업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를 설립하고 국내 특허보호에 나섰다. 하지만 펀드 규모는 세계 최대 특허전문 기업 인털렉추얼벤처스가 가진 5조원의 10분의1인 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것도 오는 2015년까지다. 펀드 규모도 더 키우고 전문인력 양성 등 지원체계 구축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민간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애플은 '숨은 특허괴물'로 디지튜드이노베이션ㆍ록스타비드코 등을 설립한 가운데 인털렉추얼벤처스와도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기업들은 전략적인 대처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다. 세계적인 특허전문기업들과의 협력공조 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지금 가장 취약한 대상은 중견 수출기업들이다. 글로벌 특허괴물의 먹잇감이 되기에 딱 좋다. 열심히 사업해 세계시장에 자리를 잡는 데 여념이 없어 특허 문제에는 무신경했기 때문이다. 무조건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