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더 개선돼야, 샌드위치 한국에 새기회"

최태원 SK회장 美 코이아소상이어티 강연서 강조


“그동안 기업지배구조가 크게 좋아졌지만 미래 생존을 위해 더욱 개선돼야 합니다.” 최태원(사진) SK 회장은 2월2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초청 강연에서 “글로벌 경쟁에 적응하려면 더 많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기업 경영에 절대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SK의 위기와 도전’이라는 주제로 대기업 총수로는 드물게 뉴욕에서 기업 알리기에 직접 나선 최 회장에 대해 월가 투자자와 코리아 데스크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샌드위치 기회론’을 역설하며 역발상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황에 있지만 이는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SK는 중국 투자를 통해 상당 기간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와 바탕을 만들어놓았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경제에 버블이 있을 수 있지만 높은 경제성장으로 중국의 사회간접자본 수요는 여전히 튼튼하다”며 “중국이 SK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업 이윤보다는 기업 행복이 중요하다는 ‘행복 경영론’도 제시했다. 그는 “이전에는 성장과 이윤이 기업 성공의 잣대였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며 “경영자는 물론 종업원ㆍ지역사회ㆍ정부ㆍ주주 등 이해 관계자들이 SK를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독불장군식 경영 스타일을 경계했다. 그는 “지난 98년 회장 취임 이후 최고경영자(CEO)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실무자들이 적극적으로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기업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 분야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핵심사업 육성론’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주력산업인 전자ㆍ반도체ㆍ자동차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산업을 막연하게 찾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현재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핵심사업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차기 회장 선출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일각에서 젊은 회장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 “그 젊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건 내가 잘 알고 있다”며 뜻이 없음을 밝혔다. 최 회장은 중국과 함께 지정학적 비즈니스 거점으로 두바이를 강조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동남아의 관문이고 홍콩은 중국의 관문이며 두바이는 중동의 관문이 됐다”며 “SK건설ㆍSK㈜ 등이 제휴를 통해 두바이에서 할 비즈니스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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