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2월 10일] 기대되는 구제금융안

<파이낸셜타임스 2월 9일자>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10일 구제금융안을 내놓는다. 지난 2007년 8월 금융위기가 터진 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국 정부는 무너진 금융 시스템을 재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초기에 이 같은 과제를 수행할 호기를 맞은 셈이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난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는 실패자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구제금융안에서 해결책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미봉책은 폐기돼야 한다. 미국 정부는 현시점에서 과감한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금융기관 생존과 관련해 시장에 만연된 의구심을 일소할 수 있다. 은행들은 유동성을 확보해 지급능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은행이 제대로 자본확충을 못할 경우 그 역할을 다할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사실상 송장이나 진배없는 은행들을 퇴출시키든지, 아니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번 대책은 또한 납세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구제금융에 들어가는 자금은 은행 주주들의 돈이 아닌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공정성은 오바마 행정부가 가장 신경을 써야 할 포인트다. 부실자산을 너무 많은 비용을 들여 매입한다든가 하는 등의 실책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공정성을 잃을 경우 정치적 파장은 엄청날 것이며 합리적인 정책집행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금융기관의 파국에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정부 지원으로 이득을 보는 용납할 수 없는 행태가 불거져서는 안 된다. 지금은 새 행정부가 금융 시스템 개혁을 위한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달리 말하면 정부가 금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별적인 사안을 모두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개별적인 사안에 정부가 휘둘리게 될 것이다. 특히 새 행정부는 정책목표가 은행을 살리는 것이지 은행가를 구제하는 게 아니라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구제금융안은 오바마 대통령이 약속했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내용을 담아야 하며 이는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변화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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