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복병…내년초까진 '살얼음판'

한국은행 국고채 매수로 급한불 일단 껐지만 차입 규제로 스와프시장 달러부족 여전
해외펀드 '쏠림' 완화가 조기 안정 열쇠


채권시장의 ‘금리 질주’가 일단 멈췄다. 한국은행의 국고채 매수에 시장심리가 호전된 모습이다. 하지만 스와프시장의 달러 부족 현상이 여전하고, 특히 이 같은 문제를 야기하는 해외펀드 쏠림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한 채권시장의 살얼음판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금리 급등세 주춤=시장이 모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은의 국고채 매수가 시장 수급의 숨통을 터준데다 국채선물시장에서 손절매성 물량이 주춤하고 반발매수가 나오면서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혼란장세의 주범이었던 스와프시장도 이자율스와프(IRS) 금리와 통화스와프(CRS) 금리 모두 상승하는 등 안정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특히 30일 한은의 국고채권의 입찰이 예정금액(1조5,000억원)에 미달(1조2,000억원)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은이 물량을 받아주겠다고 했음에도 시장에서 채권을 팔겠다고 나서지 않은 것이다. 즉 채권값이 너무 폭락(금리 급등)해 입찰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앞으로 채권값이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응찰률이 80%로 올해 실시한 국고채 평균 응찰률(225%)에 크게 못 미치는 점도 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는 분위기로 보인다. 한 투신사 채권 매니저는 “급한 손절매 물량은 어느 정도 나온 것 같다”며 “금리가 너무 오른데다 연말도 얼마 남지 않아 입찰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외증권 투자 쏠림 완화가 열쇠=하지만 채권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발단의 진원지인 스와프시장(원화와 외화 교환 또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교환 파생상품시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조선 등 수출업체와 해외펀드의 환변동회피용 선물환 매도를 받아주면서 이를 헤지하기 위해 스와프시장에서 외화를 조달하는데 최근 글로벌 신용경색과 외화차입 규제로 달러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스와프시장에 문제가 생겼고 이와 연계된 국채선물 및 현물채권이 급락(금리급등)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도한 해외증권 투자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펀드 투자규모는 40조원으로 이중 81% 이상이 헤지하면서 스와프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자산운용사의 급격한 해외펀드 증가가 스와프시장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속도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채권시장은 언제든지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펀드판매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안 국장의 설명이다. ◇내년 초 상황 나아질 듯=하지만 해외펀드 규제의 어려움과 한은의 스와프시장에 대한 소극적 개입, 은행권의 연말 영업경쟁 등을 감안하면 채권시장의 불길을 단기간에 진화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펀드의 경우 정부가 달러 유출을 통한 환율안정 등을 독려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차익에 대해 비과세를 시행한데다 개인의 자산증식 수단이어서 쏠림 완화를 위한 뚜렷한 개선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또 불안한 스와프시장 역시 거래량이 워낙 큰데다 은행 및 수출업체들의 상업 행위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어 한은이 본격 개입해 외환보유액을 쏟아내기도 어렵다. 특히 은행들이 연말 실적개선을 위해 과당영업을 자제하기도 힘든 형국이다. 결국 외국계 은행들의 결산 관련 손절매 물량이 주춤해지고 국내 은행들이 자금형편에 맞는 적정영업으로 내년도 전략을 수정하는 등 연말 요인과 스와프시장의 불균형이 다소 해소되는 내년 초부터 금리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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