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빼면… 하반기 수출 맑음

산업연구원 "올 증가율 5.3%"


올 하반기 디스플레이 수출시장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보인다. 중국기업의 액정표시장치(LCD)패널 증설라인이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되는데다 삼성·LG 등이 중국에 설립한 현지 공장도 가동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하락(원화 강세)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은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등의 여파로 민간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말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18일 발표한 '2014년 산업·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수출 증가율을 5.3%로 제시했다. 지난해 2.1%와 비교해 3.2%포인트 높은 수치다. 미국 등 세계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 증가율이 커진다는 게 산업연의 분석이다. 하지만 중국 등 신흥국 경기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환율도 낮아지고 있어 수출 증가율 상승폭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별로 보면 지난해 정보기술(IT)로 쏠려 있던 수출 포트폴리오가 올해는 전통적인 제조업과 균형을 맞출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하반기 3.7%였던 비(非) IT산업의 수출증가율은 올해 6.6%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기계산업군의 경우 자동차 해외생산공장에 대한 부품 수출 증가가 늘어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조선은 해양플랜트 인도로 증가세가 확대할 것으로 분석됐다. 소재산업군에서는 철강이 선진국 수요회복세에 힘입어 부진에서 벗어나고 석유화학 또한 수출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IT 제조업군의 하반기 수출은 기저효과와 디스플레이의 부진에 따라 상대적으로 낮은 전년 동기 4.8%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가전 분야의 경우 월드컵특수가 종료되고 가계부채 부담에 따라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은 수출 '선방'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낮은 3.8%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제시한 3.7%보다는 0.1%포인트 높은 수치이나 올해부터 국내총생산(GDP)을 잡는 통계 기준이 달라져 실제로는 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이 2.8%에 그쳐 여전히 경제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더불어 산업연은 환율과 수출의 상관관계가 과거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생산이 확대되고 있는데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커졌고 수출시장도 다변화됐다는 것이다. 강두용 산업연 동향분석실장은 "중국 성장 추세와 국내 가계부채 문제 등이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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