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간의 `삼계탕 회동`으로 봄기운이 조성되는 듯하던 청와대-재계에 다시 냉기류가 흐르는 조짐이다.
한 경제단체의 고위 관계자는 25일 “조흥은행 매각협상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참여정부의 노사 정책을 믿지 못하게 됐다”며 “`법과 원칙`을 강조한 대통령의 말도 이젠 신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근로감독관과의 대화에서 “불법 파업에 대해 모두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지난달 대통령의 방미 수행 이후 “더 이상 정부를 흔들지 말자”며 `원군` 역할을 자청하며 화해 무드를 만들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재계의 이 같은 `반 청와대` 기류는 지난 24일 경제 5단체 회장단 및 상근 부회장 회의에서 표면화됐다. 조남홍 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파업사태를 수수방관할 경우 기업은 고용과 투자를 줄이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정부의 `친노(勞)정책`에 대한 재계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의 `섭섭함`은 대통령이 총수들과의 면담을 `소홀(?)`히 한데도 일정부분 원인이 있다. 청와대는 지난 24일 “대통령이 CEO(최고경영자)들과 만나겠다”면서도 정작 총수들과의 면담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며 `유보` 입장을 보였다. “어려운 경제 상황의 매듭을 풀이위해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야 한다”(현명관 전경련 부회장)는 재계의 요구와는 간극이 크다.
재계의 반발이 이처럼 고조되자 청와대는 부랴부랴 `재계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줄파업 등으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가운데 정부와 재계간의 갈등마저 표출될 경우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 정책실에서는 이날 재계와의 유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도 이날 총수들과의 면담과 관련, “기회가 되면 만나겠다”고 언급했다. 상황에 따라 면담 일정이 당겨 질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학계의 한 원로교수는 “어차피 `친노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경제가 어려울수록 청와대와 재계간의 화해무드는 어떤 형식으로든 이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