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뒤엔 지구가 '거대한 컴퓨터'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엔 고도로 발달한 '행성 도시'가 종종 등장한다. 먼 훗날 지구에 이 같은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도시행성을 연상케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컴퓨터 분야다.
'10년쯤 뒤엔 가상의 거대컴퓨터가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다.' 지구를 거미줄처럼 덮고 있는 네트워크에 물린 PC를 이용, 지금보다 훨씬 성능이 우수한 가상의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계획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는 '인터넷 컴퓨팅'과 '그리드(GRID) 컴퓨팅'으로 불리는 차세대 기술이 이용된다.
◇가상 슈퍼컴퓨터란
지금까지 슈퍼컴퓨터는 덩치도 크지만 전기를 엄청 먹어치웠다. 모든 기능을 한 곳에 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대 슈퍼컴퓨터는 이런 덩치 큰 슈퍼컴퓨터와는 완전히 다르다. 가상 슈퍼컴퓨터의 핵심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수십~수백 만대의 PC가 슈퍼컴퓨터 역할을 맡도록 한 것.
이들 PC를 인터넷컴퓨팅이나 그리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 네트워크로 묶어 동일한 작업을 하도록 제어하면 된다. 때문에 덩치가 클 까닭이 없다.
현재 전세계에는 약 4억대의 PC가 있다. 그러나 PC의 대부분이 작업을 하는 시간보다 쉬는 때가 훨씬 많다. 가상 슈퍼컴퓨터는 컴퓨터가 쉬는 시간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가상 슈퍼컴퓨터는 지금의 슈퍼컴퓨터보다 수천~수만 배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현존 최고의 슈퍼컴퓨터인 'ASCI 화이트'의 CPU 개수는 고작 8,000개.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수만~수십 만개의 PC를 모으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유휴 자원을 이용하면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도 몇 천조 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를 뚝딱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어떤 계획이 있나
현재 가상 슈퍼컴퓨터는 외계생명체를 찾거나 암ㆍ에이즈 연구, 기상ㆍ화학ㆍ물리 등 기초과학, 각종 산업분야에 이용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미국 버클리 대학이 주축이 된 '세티앳홈(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at home)'.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시작된 세티앳홈에는 현재 전세계에서 50만대 이상의 PC가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Computer-Against-Cancer(암연구)', FightAIDS@home(에이즈 연구), '카지노21(기후)', 메르센(소수 찾기) 등이 있다.
엔트로피아(www.entropia.com)라는 업체는 의학ㆍ과학 등의 연구에 가상 슈퍼컴퓨터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드 컴퓨팅을 이용한 슈퍼컴퓨터는 '과학네트워크(www.griphyn.org)', 유럽데이터(grid.web.cern.ch/grid), '입자물리(www.ppdg.net)', '지진 시뮬레이션(www.neesgrid.org)' 등이 있다.
한국에는 지난해 말부터 ㈜GIB가 추진중인 '피코테라(PicoTera)프로젝트'가 유일하다.
◇프로젝트 구축 서둘러야
미국 시카고 대학의 이안 포스터 교수는 "인터넷ㆍ그리드 컴퓨팅은 이미 성능을 인정 받았고 앞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목적의 가상 슈퍼컴퓨터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이들이 서로 연결돼 지구촌 전체가 하나의 거대 컴퓨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마디로 지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슈퍼컴퓨터로 이용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가상 슈퍼컴퓨터가 미국ㆍ유럽 등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어 문제점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나라는 단지 PC만 빌려주고 여기서 나온 각종 연구 성과를 선진국이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가상 슈퍼컴퓨터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세계 최대의 CPU업체인 인텔은 사내 컴퓨터로 가상슈퍼컴퓨터를 구축, 5억 달러 이상의 연구비를 절약하기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문병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