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역법관(향판)제도를 폐지한 후 처음 단행한 대규모 인사에서 권역 간 인사교류를 확대했다. 단독재판을 담당할 부장판사의 배치를 확대한 데 이어 경력 15년 이상의 법관 23명을 고법 판사로 새로 보임해 '사실심'을 강화했다.
대법원은 10일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법관 966명에 대한 정기인사를 오는 23일자로 단행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기존 지역법관제를 폐지하고 특정 지방 권역에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을 최장 7년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고위 법관 인사에서 법원장 보임자 등을 다른 권역으로 전보한 데 이어 이번 정기인사에서도 지법부장 보임자 등을 권역 외로 전보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권역 간 인사교류 활성화로 기존 지역법관제도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단독재판을 담당하는 부장판사의 배치를 확대한 것도 특징이다. 이번 인사에서 대법원은 합의부 재판장이 아닌 부장판사 180여명을 전국 22개 지방법원과 16개 지원에 배치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60여명 늘어난 것이다.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민사 고액 단독재판과 형사 단독재판 등 중요한 단독재판을 담당하면서 1심 재판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대법원은 사법연수원 교수가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뿐 아니라 지방 소재 로스쿨에서도 민형사 재판실무 강의를 하도록 했다. 특히 경력 2년의 연수원 교수 3명을 강의지원 전담법관으로 선정했다.
이 밖에도 조사·연구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재판연구관의 근무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2년 근무를 채운 29기 연구관 11명이 대법원에 남게 됐다. 임희동(65·연수원 6기) 구미시법원 판사는 이번 인사에서 정년퇴임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이 평생 법관으로 봉직하는 문화가 정착됨으로써 전관예우에 관한 오해가 사라지고 국민이 경륜을 갖춘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