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공개토론이 2시간 가량 이뤄진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 마련된 토론회장은 시종 긴장된 분위기였다. 대화시작 초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검사측 대표가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으로 토론을 통해 검사들을 제압하겠다면 이는 무의미하다”고 밝히자 노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는다. 설사 그렇더라도 잔재주로 진실을 덮고 토론으로 여러분을 제압하려는 사람으로 비하하려는 뜻이 들어 있다. 모욕감을 느끼지만 토론을 하면서 웃으며 넘어가자”고 대응, 다소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토론 도중 검찰 대표들이 노 대통령의 과거 `수사청탁` 의혹을 거론하는 등 노 대통령의 `아픈 곳`을 거침없이 건드리면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김영종 수원지검 검사는 “정치인이 인사를 하다 보면 주변에서 가만히 있지 않는다”면서 “대통령도 취임 전에 부산 동부지청에 청탁전화를 한 것이 있다”면서 “그때 왜 전화를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건가. 이리 되면 양보 없는 토론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뒤 “청탁전화는 아니다. 그 검사를 입회시킨 가운데 또 토론을 하려면 하자”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이어 `수사청탁` 의혹에 대한 전후사정을 설명한 뒤 “정치인은 그런 전화를 한번 하는 것으로 면피하고 검사는 말 한번 듣는 것으로 끝낸다”면서 “난 검찰을 신뢰했다”고 밝혔다. 이정만 서울지검 검사는 “노 대통령은 (검찰중립) 약속을 지키리라 보지만 이는 대통령 혼자만의 결의로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최근 (대통령) 형님에 대한 해프닝 등이 주위에서 생길 수 있다”면서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이어갔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형님 중에 어수룩한 사람이 있다”면서 “요령이 없어 기자들이 왔을 때 매끄럽게 말 못하고 바보처럼, 형님한테 미안하지만, 어수룩하게 대답해 그렇게 됐다”면서 “이런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 대통령의 낯을 깎을 이유가 있나. 정말 이런 식으로 토론하시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박경춘 서울지검 검사가 “토론과정에서 거슬리는 내용이 나온 것은 우리가 아마추어여서 그렇다”고 했으나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개인적 약점, 신문에 난 것을 오늘 거론하는 자리가 아니다. 아마추어라면 검찰에 대한 것도 아마추어답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토론회 말미에 김윤상 법무부 검사가 “어떻게 보면 오늘 토론이 열띠게 됐고 나쁘게 말하면 격앙됐다. 서운하시죠”라고 묻자 노 대통령은 “서운하지 않다. 괜찮다”면서 “인사를 하겠다는데 갈 길을 막으니 답답하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과의 사상 첫 공개대화에 나선 평검사 대표 10명은 지난 8일부터 9일 새벽까지 장장 8시간 동안 전국 200여명의 평검사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전국평검사회의에서 평검사들의 추천ㆍ합의를 통해 선발됐다. 대통령과의 대화인데다 공개대화가 생중계되기 때문에 평검사들의 생각을 조리있게 잘 전달할 인물 위주로 추천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들은 사시 31회부터 35회까지로 임관연수로 따지면 10년차 전후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사시 23회이고 일선 지검 부부장급 검사가 사시 28회인 점을 고려하면 참석자들의 연조가 어느 정도라는 것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기수별로는 31회 5명, 32회 1명, 33회 1명, 34회 2명, 35회 1명이다. 나이로는 대표검사로 모두발언을 한 허상구(사시 31회) 서울지검 검사가 43세로 가장 많고 윤장석(사시 35회) 부산지검 검사가 33세로 가장 어리다. 대표 검사들은 모두 업무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