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서울 강북 최고 상권인 명동과 남대문에서 자존심을 걸고 벌인 ‘본점 경쟁’이 100일만에 롯데의 완승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충무로 신세계 본점은 무려 1,8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지난 8월 리뉴얼 오픈한 이후 100일을 며칠 앞둔 현재 매출이 소공동 롯데 본점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게다가 매출부진을 이유로 일부 브랜드에서 샵마스터들의 이탈 현상마저 생기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롯데 본점은 오히려 ‘청계천 특수’등 상대적인 수혜를 누려 지난 8월 이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나 증가했다. 이는 롯데백화점 전체 신장률 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신세계 본점 오픈 당시 3~5%가량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바짝 긴장했던 롯데백화점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세계 리뉴얼 효과는 없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명동과 남대문은 상권 자체가 엄연히 다른 데도 불구하고. 고급백화점만을 지향한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고집이 결국 악수를 둔 계기가 됐다”는 평가와 함께 “본점 매출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17일 서울경제가 단독 입수한 신세계 본점과 롯데 본점에 동시 입점한 주요 여성의류 브랜드들의 지난 8월부터 이날까지의 매출집계에 따르면 신세계 본점에 입점한 매장들의 매출은 롯데 본점 입점 매장의 10~30%선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브랜드의 매출 현황이고 신세계측이 전체 매출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힘들지만, 조사된 브랜드들의 신세계 본점 매장 매출은 롯데백화점의 외곽 지점 수준에 그치는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오픈 당시에는 비슷한 수준의 판매고를 기록했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매출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매출부진 여파는 기본급과 매장매출에 따른 수수료를 월급으로 받는 샵마스터들의 불만과 매장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샵마스터들은 매장의 구성, 판매 등을 총괄하는 핵심인력으로 매장매출에 따라 수입이 결정된다. 따라서 매장의 매출이 줄어들면 그만큼 수입도 줄어들기 마련. 신세계백화점은 이 같은 샵마스터들의 불만을 달래고 이탈을 막기 위해 오픈 당시 고급스런 매장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금지했던 매대 판매를 최근 허용하고, 지난 10월 강남점 샵마스터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신세계닷컴에서 판매하는 백화점 상품들을 본점에서 공급키로 하는 등 수습책을 펼쳤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제 신세계 본점에서 근무하다 다른 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긴 한 샵마스터는 “하루 매출이 100만원 남짓으로 현재 일하고 있는 매장의 3분의1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아 자리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며 “일부 매장에서는 직원들 월급조차 주지 못해 갈등이 증폭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본점측에서는 조금 더 기다리라면서 이런 저런 대책을 검토했지만, 근본적으로 매출이 오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 동요하는 샵마스터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매출부진은 새로운 인기 브랜드 영입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톰보이’, ‘에고이스트’, ‘오브제’, ‘지고트’ 등의 인기 여성의류 브랜드들의 경우 롯데 본점에는 입점해있지만 신세계 본점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 한 여성의류업체 관계자는 “신세계가 롯데와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율을 제시하면서 입점을 요구하고 있지만, 롯데에 비해 매출이 현격히 떨어져 마진이 적기 때문에 입점을 미루고 있다”며 “장사는 롯데의 3분의1 정도 밖에 안되면서 롯데와 비슷한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어떤 메이커가 입점하려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장운영 중요한 축인 샵마스터들의 사기저하는 결국 매장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매출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세계 본점은 입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청계천 특수와도 거리가 있기 때문에 신세계에 충성도 높은 단골고객을 꾸준히 유치하고, 남대문 상권에 적합한 변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