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천재지변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월간 기준으로 100만대 아래로 추락했다는 발표가 나온 1일(현지시간) 조지 파이퍼스 포드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업계가 처한 상황을 이같이 표현했다. 올 상반기 부진을 거듭하던 미국 자동차 산업은 지난 7ㆍ8월 국제유가가 꺾이면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했지만 9월 판매가 예상을 뒤집고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147달러까지 치솟던 국제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지만 자동차 판매를 되살리지는 못했다. 특히 에너지 절약형 자동차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도요타자동차의 부진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출혈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 9월 자동차 한대당 할인가는 2,801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9%나 증가했다. 제너럴모터스(GM)가 대형 자동차 중 판매 감소폭이 가장 작았던 것은 ‘직원가 판매’ 등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부동산 등 자산가치 폭락으로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고객들도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자동차 딜러 단체인 오토네이션에 따르면 자동차 신용 승인율은 1년 전 90%에서 60%로 급감했다. 판매부진, 재고증가, 금융비용 상승으로 쓰러지는 자동차 딜러들도 늘었다. GM의 시보레를 판매해온 앨라배마의 빌허드엔터프라이즈는 전성기 매출이 한해 25억달러에 달했지만 판매부진과 신용악화로 지난달 28일 파산을 신청했다. 자동차산업이 일러야 오는 2010년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올 가을부터 내년에 걸쳐 미 전체 자동차 딜러들의 5분의1에 가까운 3,800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추락은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로 파급됐음을 확인시켜주는 확실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특히 전날 발표된 ISM제조업지수가 43.5로 급락하면서 저달러와 대규모 세금환급 등 경기부양 정책으로는 실물경제를 더 이상 지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30년 동안 ISM제조업지수가 45 아래로 떨어진 것은 경기침체기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전세계 선진경제의 제조업이 시련의 9월을 겪었다”면서 “조사 결과 실물경제가 금융시장의 위기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실물경제 침체 신호는 미국은 물론 유럽ㆍ일본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유로존에 이어 영국의 구매자관리지수(PMI) 역시 지난달 41을 기록, 전월(45.3)보다 크게 떨어졌다. 경기부진이 예상보다 빠르고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자 영국의 유력 이코노미스트들은 종전 전망을 수정해 다음주 영란은행(BOE)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을 서둘러 내놓았다. 경기침체 신호는 환율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유로화 대비 달러는 지난 한주간 4.5% 상승했다. 엔화 강세, 브라질 헤알화 약세도 경기침체의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 두달간 엔화는 헤알화에 비해 30% 상승했다. 일본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엔화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때 강세를 보인다. 반면 헤알화는 글로벌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될 때 강세를 보이고 비관론이 높아지면 하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