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19일 전격 발표한 '환율 개혁 및 위안화 유연성 확대' 조치는 미국 등 선진국의 위안화 절상압력을 피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억제 ▦구조조정 촉진 등을 겨냥한 다목적 카드로 평가된다. 물론 중국이 위안화 절상 불가 방침에서 벗어나 전향적으로 위안화 유연성을 확대하기로 한 데는 중국 정부가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공고한 경기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내수경기가 활황 국면을 유지해온데다 지난 5월에는 수출도 무려 50%나 급증했다. 여기다 유럽 재정위기도 어느 정도 진정되고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이 강화되자 그동안 미뤄왔던 위안화 절상 카드를 끄집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위안화 개혁은 고도의 다목적 카드=위안화 환율 유연성 확대는 국제사회의 위안화 절상압력 차단, 인플레이션 억제, 내수 중심으로의 경제 구조조정 등을 위한 고도의 '다목적 카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단기적으로 위안화 절상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5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1%로 정부의 연간 억제 목표치(3%)를 넘어선 데서 알 수 있듯 인플레이션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 절상은 수입물가 하락을 통해 전반적인 물가안정 효과를 가져온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의 경제구조 변화에도 도움을 준다. 리다오쿠이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위안화 환율의 유연화는 중국 당국의 통화정책 운용 여지를 넓혀 인플레이션 억제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중국의 경제성장 방식을 바꾸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안화 절상을 노리고 급격하게 중국시장으로 유입되는 국제 투기자금 때문에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유연한 환율정책이 이런 투기를 억제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외부적으로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대한 예봉을 피할 수도 있다. 최근 미 의회는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중국에 대한 대규모 무역보복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4월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보고서 발표를 연기하는 등 중국과의 위안화 타협을 모색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도 의회 및 국내 여론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위안화 유연성 확대 조치는 국제사회의 위안화 절상 공세를 누그러뜨리는 한편 실질적인 위안화 절상을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연내 위안화 2~3% 절상 전망=중국이 위안화 유연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위안화 절상의 방법과 폭은 중국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즉 일회성의 대폭적인 절상이 아니라 기존 환율변동폭 범위 내의 점진적이고 소폭 절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분명히 달러 페그제를 폐기하고 위안화 절상 방침을 시사했지만 이는 서방이 요구하는 급격한 절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인민은행 발표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안정이 글로벌 경제 회복에 기여해왔다"면서 "최근의 국제수지 추이를 감안할 때 일회적인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아직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0% 안팎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급격한 위안화 절상은 대규모 수출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이는 대량 실업을 야기해 사회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 대표처의 주희곤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당국이 점진적으로 위안화 절상에 나서며 연내 2~3% 정도의 절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중국이 복수통화 바스켓에 기반한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할 경우 유로화 등 여타 통화에 대한 시장가치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안화가 오히려 달러화에 비해 절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