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채권시장은 질과 양 모든 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겪었다.회사채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금리가 7%수준으로 떨어졌고 회사채발행 규모도 증시사상 최고에 달했다. 금리구조가 선진국형인 「단저장고」로 변했고 무보증사채와 보증사채의 발행 비중은 완전히 역전됐다. 그동안 국내 채권시장의 대표금리로 사용됐던 3년만기 회사채금리도 국공채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그 기능이 유명무실해졌다.
◇회사채금리 사상최저= 국제통화기금(IMF)자금지원 신청이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회사채금리는 이제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말 자금경색현상이 이어지며 연초 회사채금리는 28.98%수준에서 시작됐다. 그나마 일부 대그룹 계열사만 채권발행이 가능했기 때문에 회사채 수익률이란게 의미를 가질 수 없었다.
외환위기를 한고비 넘기자 자금시장에 숨통이 터지며 2월초 20%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8개월여 동안 금리 하향안정추세가 유지됐고 드디어 10월에는 꿈의 「한자릿수대」로 돌입했다. 부실기관 퇴출 및 합병을 통해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재벌을 비롯한 기업들도 자구노력에 나서자 자금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잇단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금리안정 노력이 어울리며 금리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7%대로 떨어졌다.
양적인 면에서도 국채를 제외한 회사채발행규모가 53조원을 넘어서 사상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 단고장저에서 단저장고로= 금리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바뀌었다. IMF직후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단기금리가 높고 장기금리가 낮은 「단고장저」(短高長低) 현상이 두드러졌다. 정부가 환율안정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으면서 통화를 긴축적으로 운용했다. 기업들이 자금을 초단기로 운용한데다 금리전망이 극도로 불투명한 상태에서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4월이후 환율이 안정을 찾으며 긴축적인 통화운용이 완화되자 금리구조는 「단저장고」(短低長高)로 바뀌었다. 단기외채 장기전환, 외평채발행, 외국인투자자금유입, 무역흑자유지 등이 힘이됐다.
◇회사채중심에서 국채중심으로 이동= 정부가 실업자구제와 사회간접자본시설(SOC)투자 재원확보를 위해 국채발행에 나서면서 채권시장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국채거래비중이 지난 7, 8월 2~ 3%수준이었으나 10월이후에는 10%를 넘어섰다.
이와함께 채권시장을 대표하는 지표채권도 거듭 바뀌었다. 3월중순 은행보증 3년만기 회사채에서 보증보험 보증채로 변경됐다. 잇단 기업도산으로 은행이 회사채보증을 기피하자 은행보증채 발행규모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9월에는 보증보험보증채가 예금자보호대상에서 제외되자 신용등급 A+기업의 채권이 지표금리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금융기관 동일계열 회사채 보유제한으로 동일한 신용등급 회사채간에도 유통수익률차가 발생, 회사채수익률은 더이상 지표기능을 잃고 말았다. 이러한 연유로 올해들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국공채수익률이 지표금리로 부상하고 있다.
◇보증채·무보증채 비중역전= 무보증채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7월말 예금자보호법이 개정되며 보증보험 보증사채 원리금이 보호대상에서 제외되자 8월부터 무보증사채의 발행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보증사채의 비중은 2.4분기 84%수준에서 10월에는 1.2%로 급감했다.
이와함께 5개그룹 위주로 형성됐던 회사채시장이 점차 비(非)5대그룹 위주로 변모하고 있다. IMF이후에는 신용위험증가로 5대그룹 위주로만 회사채시장이 섰다. 그러나 자금편중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5대그룹의 비중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10월말 금융기관 동일계열 회사채 보유제한발표를 계기로 5대그룹 발행비중은 급감했다. 5대그룹비중은 10월 67%에 달했으나 11월들어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김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