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브랜드 출점 못해 성장 발목… 외국계는 매장 늘려 시장 잠식

■ 동반위 규제 반년… 외식업계 지형도 바뀐다
공격경영 하던 블랙스미스 하반기 신규 출점 단 1곳
빕스도 지난해 절반 수준
외국계 놀부NBG·아웃백 매장 수 최대 3배 확대
"골목상권 살리기도 실패… 동반성장 대신 동반몰락"


올해 6월부터 적용된 동반성장위원회의 외식업종 규제로 반년 만에 국내 외식업계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동반위의 규제안 확정 과정에서 관심을 모았던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 중 카페베네의 블랙스미스, CJ푸드빌의 빕스는 올 들어 성장세가 꺾인 반면 외국계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신규 매장 수를 늘렸고 규제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된 놀부NBG는 매장 수를 대폭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규제대상에 포함된 브랜드들은 로드숍 형태의 단독 매장 대신 출점이 허용된 역세권ㆍ복합다중시설 매장을 늘렸다. 이 같은 역세권ㆍ복합다중시설 출점 확대는 브랜드 간 매장 확보 경쟁에 따른 임대료 상승 및 수익성 악화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외식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동반위는 올 초 외식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지난 5월 말에는 대기업 계열 외식기업 브랜드의 신규 출점을 수도권 지역 역세권 이내 100m, 연면적 1만㎡ 이상의 복합다중시설 등으로 제한하는 규제안을 확정, 발표해 6월부터 적용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까지 가맹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매장 수를 90개 가까이 늘렸던 블랙스미스는 현재 매장 수가 77개로 줄었고 6월 이후 현재까지 새로 문을 연 매장은 9월 서울역사에 입점한 서울역점 1개에 불과하다. 카페베네의 한 관계자는 "기존 가맹점 중 문 닫은 점포가 있는데다 동반위 규제의 영향으로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결과"라고 말했다.

현재 88개 매장을 운영 중인 빕스도 올 들어 11월까지 새로 문을 연 매장 수가 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신규 출점(8개)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새 매장 입지를 매장 오픈 5~6개월 전에 결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올해 새로 문을 연 매장들은 동반위 규제 적용 전 이미 출점이 확정된 곳들이라는 게 CJ푸드빌 측의 설명이다. 6월 이후 문을 연 빕스 매장은 단 2개로 대학로점(6월)은 역세권, 의정부 이마트점(7월)은 복합다중시설에 해당된다.

반면 2011년 외국계 사모펀드에 인수된 놀부NBG는 올해 국내 외식업계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고 매장을 급속히 확대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놀부NBG는 특히 올해 6월 이후 항아리갈비플러스ㆍ더놀부족발(10월), 더놀부보쌈(7월) 등 3개 브랜드를 새로 선보이면서 외식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또 운영 중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통합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가맹점주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6월 이후 현재까지 문을 연 놀부NBG의 매장 수는 111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43개)의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로써 놀부NBG의 전체 매장 수는 800여개에 이른다.

이는 동반위의 외식업종 규제 발표 이후 놀부NBG가 외식전문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역세권 및 복합다중시설 이외의 지역에서도 출점이 가능하도록 한 데 따른 결과로 국내 외식시장에서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 간 규제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웃백도 올 들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장을 늘려 현재 109개 매장을 운영하며 매장 수 기준으로 빕스를 앞서고 있다. 지난해 3개였던 신규 오픈 매장 수는 올 들어 이달 말 문을 여는 경남 양산점을 포함해 4개로 늘어났다. 아웃백 관계자는 "한국 진출 초기를 제외하고는 올해까지 거의 매년 5개 안팎으로 매장 출점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웃백 역시 국내 외식기업과 비교할 때 완화된 출점 기준을 적용받고 있어 이 같은 신규 매장 오픈이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반위 규제안에 따르면 국내 기업인 애슐리를 운영하는 이랜드, CJ푸드빌은 상호출자제한 소속 대기업으로 분류돼 연면적 2만㎡ 이상 복합다중시설에만 출점이 가능해진 데 비해 아웃백은 산업발전법상 대기업으로 구분돼 1만㎡ 이상 복합다중시설에 출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아웃백은 지난해 1개였던 복합다중시설 출점 매장을 올 들어 3개로 늘렸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국내 외식시장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인데 동반위 규제로 국내 대기업들의 사업이 제한되면서 외국계 기업에만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졌다"며 "동반위 규제로 국내 대기업들의 출점이 중단돼도 여전히 골목상권은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동반위 정책은 동반성장이 아닌 동반몰락을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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