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과 주거복지 부문에서 옛날과 똑같은 정책을 반복할 거면 사장 자리를 맡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현재 다양한 사업 모델 구상을 위해 태스크포스(TF)만 10개가량 운영할 정도입니다. 새로운 걸 하지 않으면 SH공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시기인 만큼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시도할 것입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SH공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변창흠(사진) SH공사 사장은 '파격'을 거듭 강조했다. 조직 혁신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 없이는 SH공사의 잠재력을 끌어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1,000만 시민이 거주하는 초거대도시 서울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며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그가 SH공사의 사장직을 맡게 된 것은 6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교수 출신으로 실무에 약하지 않겠냐는 우려 섞인 지적들이 있었지만 변 사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취임하자마자 공사 최고위직인 1급 자리 4명을 외부인사로 채용하는 굵직한 변화를 시도했다.
변 사장은 "순수한 이론연구가 아닌 실현 가능한 정책연구에 초점을 맞춰온데다 과거 SH공사 근무경험도 있기 때문에 예상 불가능한 어려움이 없다"며 "직급에 관계없이 능동적인 인재를 우선하고 기능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한 것이 장기적으로 SH공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재 그는 도시재생과 주거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더 이상 대규모 뉴타운·재개발 사업이나 택지지구 조성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도시 기능의 발전과 임대주택공급까지 동시에 이뤄내야 하는 고된 길을 선택한 것이다. 취임과 동시에 SH도시연구소장·주거복지처장 등 고위급 인사에 공을 들이고 권역별 주거복지센터를 확대한 것은 향후 변창흠호가 나아갈 기반을 단단히 하기 위함이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SH의 '공공 디벨로퍼'의 역할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민간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업까지 진출해 모범사례를 보여주며 물꼬를 트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변 사장은 "진정한 디벨로퍼라면 단기간 분양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게 아니라 도시 혹은 지역의 발전까지 염두에 둔 개발을 해야 한다"며 "공공이라 가능하고 공공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을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되 수익성과 공익성을 함께 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공공 디벨로퍼로 거듭나기 위한 실현 도구로 여러 사업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서울시가 위탁개발 사업자를 공모 중인 시유지 개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활용가치가 높은 시유지를 시가 SH공사에 개발 위탁하면 지역 특성에 맞는 공공 서비스 시설이나 복합시설을 지어 수익을 내고 향후 소유권을 시에 귀속시키는 방식이다. 변 사장은 향후 시유지뿐만 아니라 구유지, SH공사 자산까지도 더해 활용하는 방법까지 고려하는 중이다.
통신사인 KT가 가지고 있는 알짜부지에서 공동사업을 하는 것도 변 사장이 생각하는 모델 중 하나다. KT가 보유한 전화국 터를 활용해 주거·상업·문화 등 복합시설을 짓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당장 공동사업이 가시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공식적인 채널로 꾸준히 KT와 활용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철도부지 개발 역시 그의 공공 디벨로퍼 구상 중 하나다. 변 사장은 "일본처럼 역 위에 빌딩을 올리고 주변 건물까지 한 번에 이어져 다양한 문화생활이 가능해지는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역세권 복합상가 개발에 신중히 접근해볼 계획이고 철도시설공단이나 코레일과도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재생에 필요한 기금 마련과 관련해 변 사장은 "도시재생 계정을 별도로 마련하고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3조원 이상의 투자를 받아 리츠를 설립하고 도시재생 등 장기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거복지와 도시재생이 가장 첨예하게 얽혀 있는 뉴타운·재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는 SH공사가 직접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이 정체된 뉴타운·재개발 구역 1~2곳을 선정해 공사가 직접 정비사업을 재개하는 방법이다. 현재 후보 지역의 사업 방식을 시뮬레이션하는 중이다.
그는 "민간 건설사에서도 리스크만 분산된다고 하면 정비사업을 괜찮게 생각하고 있다"며 "시가 정체유형으로 나눈 사업지를 되살리는 데 SH공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임대주택 물량 확보와 관련해서도 변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대폭 줄이는 한편 공동체 주택 등 다양한 임대주택 유형을 늘려 맞춤형 공급을 우선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소득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중대형으로 공급된 임대주택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시프트 매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공공임대주택을 처분할 권한은 없지만 시프트에 과도하게 투입되고 있는 재원을 확보, 더 많은 임대주택 확보에 투입할 수 있는 묘수를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시프트와 관련해 SH공사에 적용되는 회계기준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2만7,000여가구에 달하는 시프트의 전세보증금이 부채로 잡혀 있어 부채비율이 대폭 높아진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이다. 변 사장은 "중앙정부가 법령 개정을 통해 공사채 발행 기준 중 임대보증금과 선수금 등을 제외해주면 부채 3조원은 금방 없앨 수 있고 공공사업도 확대할 수 있다"며 "각 지역 공사들의 손발이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e is… △1965년 경북 의성 △능인고 △서울대 경제학사, 도시계획학 석사, 행정학 박사 △SH공사 연구·개발실 선임연구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강사 △서울연구원 도시경영부 부연구위원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도시연구소장 △SH공사 사장(현) |
"서울시민 모두에 혜택… 주거복지 서비스 확대 추진" 세입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 바우처제도·주택개량 등 지원정책 신희철 기자 변창흠 사장은 SH공사를 '주거복지 전문 서비스 기관'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종전까지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임대주택 거주민뿐만 아니라 서울시민 모두가 혜택을 받는 주거정책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SH공사 임대주택에 살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주거 소외계층인 경우 주택을 보수해주는 등 주거복지 서비스를 단지 밖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그는 "그동안 주거복지는 임대주택 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제는 단독주택 세입자 등 다양한 주거계층을 위한 바우처제도, 주택개량 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주거복지 통합관리센터'의 기능을 대폭 확대했다. 기존 8개 권역으로만 운영했던 센터를 11개로 늘리고 남부와 서부, 중부와 북부 등 4개 권역으로 다시 묶어 광역 주거복지단을 만든 것. 단장의 직급을 1급으로 격상시키고 현장을 지휘하는 '야전 사령관'의 책임을 부여, 그 지역에 필요한 주거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한 것도 새로운 변화다. 이 과정에서 임대주택 전문가이자 목회자인 김보곤 주거복지센터장은 처장급 출신이면서도 팀장급인 주거복지센터장에 하향 지원해 주거복지업무를 맡는 미담을 남기기도 했다. 변 사장은 "청년층 등 기존 주거정책에서 소외됐던 계층에게 맞춤형 주택 1만가구를 제공하고 개량과 개축도 지원할 계획"이라며 "향후 민간 임대주택 관리를 지원하는 영역까지 진출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 사장은 취임 후 SH공사의 임대주택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시 커원저 시장과 임대주택사업 협력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대만에 서울시의 임대주택 정책, 기술 등을 수출하기로 한 것이다. 대만의 경우 소득 수준에 비해 집값이 비싸 임대주택 수요가 높지만 이를 공급할 기관이나 기술 노하우가 없어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는 "한국도시연구소장 시절 대만 시민단체와 닿았던 인연이 공식적인 업무 협력으로까지 이어졌다"며 "향후 임대주택 정책 및 기술뿐만 아니라 주택건설 조직·재정·공급관리 전반에 관한 노하우를 대만 타이베이시에 전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그는 SH공사의 건설 현장에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 하자가 없는 주택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30분 내 응급조치, 3시간 내 복구, 3일 내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담은 3-3-3 안전 시스템을 만들어 주택의 하자율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변 사장은 "입주 시 처리하지 못한 하자 비율이 10%를 넘은 업체는 입찰참가에 제한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하자처리 시 늑장을 부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긴급보수비용 100억원의 예산도 편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담=이종배 건설부동산부장 ljb@sed.co.kr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