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헌법재판소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것은 일단 정부가 추진중인 제도개선안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헌재는 이번 결정을 통해 그린벨트 제도가 원칙적으로는 합헌임을 확인했다. 다만 토지소유자들이 일방적으로 재산권을 침해받는 것은 「위헌성」이 있다고 보고,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그린벨트내 지역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권 피해를 일방적으로 감수해야했던 불이익을 고려한 것이다.
◇그린벨트 제도 자체는 합헌=그린벨트 제도는 위헌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공식적인」 합헌 결정을 받았다. 지난 71년 도입된 그린벨트는 그동안 8차례에 걸쳐 전국 14개 권역에 17억평(전국토의 5.4%)이 지정된 상태로 그동안 재산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로인해 지역 주민 일부가 지난 89년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를 가려달라고 헌법소원을 제출했으나 지금까지 결정이 미뤄져 왔었다.
헌재는 그린벨트 제도에 대해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도 특정 지역에 대한 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 자체의 필요성과 합헌성은 인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도시의 평면적 확산을 적절히 제한해 도시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도시기능의 적정화를 높여 주민 생활의 질을 높여 나가야 하는 것은 보편적 공익의 요청이자 국가의 의무』라며 『특정 지역에 대한 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쟁점은 보상문제=이번 헌재 결정의 또다른 요지는 정부가 그린벨트내 토지에 대한 명확한 보상규정을 마련하라는 것. 따라서 앞으로 존치지역 토지들에 대해 구체적인 보상규정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것인지가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건설교통부는 이미 지난 11월말 제도개선안을 마련하면서 보상 범위를 「대지성 토지」로 국한시키고 「공시지가」를 보상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헌재 역시 보상의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이에 대한 판단을 위임함으로써 정부의 부담을 줄였다.
그러나 헌재는 정부가 보상대상으로 삼고 있는 나대지 외에 「그린벨트 지정으로 원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는 토지」에 대해서도 보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농지의 경우 도시과밀화로 오염되거나 수로 차단 등으로 더이상 원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면 보상대상이 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예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보상 대상을 나대지 등으로 한정할 경우 해당지역 주민들과의 법정공방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제도개선 일정 차질 불가피=이번 헌재 결정에도 불구, 정부가 추진중인 그린벨트 제도개선안의 전체적인 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상에 관한 문제는 법률 재검토 작업 및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당초 정부 계획보다는 일정이 다소 늦춰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연말로 예정됐던 권역전체 해제대상 중소도시 확정 시기 역시 내년 1월말 이후로 늦춰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건교부는 보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어떤 형태로든 제도개선안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하다』며 『따라서 전체 일정도 당초 계획보다 연기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당초 연내 확정될 예정이었던 제도개선안과 해제지역 선정은 내년 1월말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대응책=주무부처인 건교부는 일단 헌재의 결정를 받아들여 관련법 개정 등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특히 보상관련 규정의 경우 도시계획법에 이를 반영하되 구체적인 보상기준 등은 일반적인 보상기준을 정하고 있는 「공공용지 취득 및 손실에 관한 특별법」(공특법)을 고치기 보다는 새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공특법을 개정할 경우 국무회의·법제처심의·국회통과 등 입법 절차가 복잡한데다 많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추병직(秋秉直)주택도시국장은 『현행 공특법을 개정할 경우 그린벨트 제도개선 일정 전체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보상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재원부족으로 토지소유자들이 희망하는 모든 토지를 수용하기는 어려운 만큼 조달재원 규모에 따라 보상범위를 정할 방침이다. 【권구찬·정두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