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日 지진 극복 자신감에 달렸다


일본 동북부 지방의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 및 실종자 수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에게는 물론이고 전세계 사람들에게 큰 슬픔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기술대국 일본이 단 몇 분간의 지진과 쓰나미로 저렇게 엄청난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면 인간이 쌓아온 기술과 지식이라는 것도 대자연의 소용돌이 앞에서 보잘것없다는 회의마저 든다. 하지만 영국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가 일갈한 바와 같이 인류 문명 자체가 부단한 ‘도전과 응전’의 과정을 통해서 형성된 것임을 상기하면 이 대재앙 앞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생산 차질로 세계 경제 큰 타격 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각국의 주가가 하루하루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엔화 환율도 일본의 상황에 따라 큰 폭의 변동을 보이고 있다. 이번 재앙이 일본경제를 나아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듯 보인다. 지진이나 홍수, 허리케인과 같은 자연재해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기간(time horizon)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기간을 단기ㆍ중기ㆍ장기적 관점 세 가지로 나누어 그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단기적 관점에서 자연재해를 경제적으로 표현하면 한 마디로 생산능력 파괴이다. 즉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생산시설이 파괴되기 때문에 축적돼 있던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이 소실되는 것이다. 그 결과 생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이 세계화된 경제에서는 각국이 공급망(supply chain)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그 충격은 국제적으로 전파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세계 전체 GDP의 약 10%를 차지할 만큼 경제대국이고 부품과 중간재 수출에 막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생산차질이 세계경제에 주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의 단기적 손실은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지진 직후 많은 전문가들은 경제적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유출 이후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이것은 지진의 2차 피해가 아직 계속되고 있어 피해의 최종적 크기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야말로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최대의 적임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재해로 인한 직간접적 파손이 끝나고 피해규모가 확정되면 이제 중기적 효과가 나타난다. 즉 복구에 나서야 하는 데 이를 위해 민간과 정부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이것은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요인이 된다. 일본 정부는 복구를 위해 GDP의 1~2%의 추가적 재정지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이런 지출이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을 더욱 높여 일본 경제에 대한 신뢰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그 비율이 이미 200%에 가까운 상태에서 이 정도 부담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려할 만한 것은 손상된 발전능력이 신속히 복구되지 못해 생산차질이 단기에 그치지 않는 경우이다. 전력부족 문제만 극복하면 복구를 위한 투자는 중기적으로 일본경제의 활력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복구 위한 민관 적극 투자 필요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 영향이다. 복구가 마무리 된 후 일본사회와 일본국민은 이번 대지진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까. 만약 국민들이 자신감을 잃고 미래의 불확실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더욱 줄인다면 일본경제는 지금까지와 같은 저성장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자연재해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재해에 대비한 투자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정치리더십 부족과 관료주의의 역동성 결핍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일본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좋은 제도와 훌륭한 인적 자본을 가진 사회에서는 자연재해가 장기적으로는 손실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필자는 일본이 바로 그런 사회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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