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칼럼] 미국 노동운동의 변화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미국 노조운동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미국 노동계는 1,300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는 전국 노동단체 AFL-CIO의 존 스위니 위원장의 체제가 흔들리고 산별노조인 서비스노동연맹의 앤드루 스턴 위원장에 의해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기존의 노후한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노동운동이 살아날 수 없다는 주장이 먹혀들고 있다. 미국의 노동운동은 지난 70년대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73년 24%에 달했던 노조 조직률이 93년에 16%로 떨어지고 2003년에는 13%로 하락했다. 전통적으로 노동조합은 제조업의 경우에 적합한 조직으로, 하이테크와 지식산업에는 잘 맞지 않는 것으로 생각돼왔다. 기존 노조가 근로자의 임금과 보수체제ㆍ복지문제를 보호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최근의 항공과 철강노조에서 이러한 문제가 현실로 나타났다. 스턴은 변화의 일환으로 미숙련공, 해외이민근로자, 청소부, 병원에서 근무하는 보조노동자 등 소위 그늘에서 보호받지 못한 근로자를 끌어들이는 데 주력해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 미국의 막강했던 노조가 장기간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경제의 세계화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은 노동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면서 공동화됐고 서비스 관련 직종도 노동력이 싼 해외로 옮겨감에 따라 절대 필요 노동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규모는 제조업이 하이테크와 지식산업으로 대체되면서 오히려 확장됐다. 월마트 방식의 무노조 경영효율방식이 사회에 풍미하면서 모든 업종에서 생존경쟁이 치열해지고 살아남기 위한 비용절감이 절실해졌다. 이에 따라 반노조 정서가 산업 전체에 확산됐다. 한편 기업은 효율적인 인력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노동자들의 노조가입 필요성을 없애는 노력을 해왔고 그 노력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 노동계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97년 환란 이후 해외투자가들이 투자저해 요인으로 제일 먼저 거론한 것이 노동의 경직성이었고, 따라서 노조문제는 변해야 할 우리 경제의 화두였다. 참여정부 이후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고 노동운동을 기반으로 한 정당까지 생겨 사회적 발언권이 확대되고 있다. 경제의 세계화 추세를 우리라고 역행할 수 없고 여건이 수시로 변할 수밖에 없다. 제조업의 공동화, 하이테크와 지식산업의 대두 등 미국에서 나타났던 여건의 변화가 당장 우리 경제의 심각한 현실로 다가오고, 이러한 변화가 우리 노동운동의 장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받는 현실이다. 미국 노동운동이 위축되는 과정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을 보는 해외투자가의 시각은 부정적이어서 우리 경제의 앞날에 항상 걱정거리로 남는다. 먼저 한국 노동운동의 투쟁방식이 지나치게 전투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피켓을 들고 조용히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모습만 봐온 외국인들은 붉은 천을 머리에 두른 노동자들이 떼지어 큰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심한 경우 최루탄이 터지는 장면을 볼 때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모습이 실시간대로 TV와 신문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고 있으니 이를 본 외국인투자가가 선뜻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연봉 4만여달러(4,800만원) 수준의 대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노동 지도자들은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일하는 영세기업 근로자나 일일노동자, 여성 근로자, 해외에서 유입된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해 배려해야 한다. 한국 근로자의 50%를 점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임금이 월 1,270달러(150만원) 수준이며 법적 근무시간인 44시간을 넘게 50시간 근무하면서 단기계약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부, 미숙련 노동자, 여성 근로자, 외국근로자의 어려운 현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어려운 여건에서 고생하는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노동운동으로 변화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오늘의 노동운동이 기득권층의 집단이기주의로 해석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투쟁방법도 바꿔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이며 경제규모 10위권에 진입한 우리 경제에 걸맞게 노동운동도 발전된 모습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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