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유통업계 간의 주차 전쟁이 시작됐다.
유통업체들은 앞다퉈 면세점 주차 대책을 주요 차별화 포인트,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서울 명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3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기존 4개 서울시내 면세점 가운데 가장 매출이 많은 소공동 롯데면세점의 경우 해외 관광객을 실어 나르기 위해 드나드는 관광버스 수만 평일 200여대, 주말에는 무려 300여대에 이른다.
하지만 이에 비해 소공점 주차장에 한꺼번에 댈 수 있는 대형버스 수는 15대 정도가 고작이다. 버스들이 1시간 반~2시간 정도 머물렀다가 떠나는만큼, 전체 주차장에서 하루 5~6번 정도 자리 바꿈이 이뤄진다. 공식 주차장의 하루 최대 수용 능력이 75~90대(15×5~6) 정도라는 얘기다.
나머지 100~200여대는 결국 공식 주차장에 머물지 못하고 면세점 입구에 관광객들만 내려놓고 주변에서 다른 주차 공간을 찾거나 아예 완전히 떠나야한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남산·서울역·경복궁·새문안로·창의문로 등의 ‘도심 관광버스 주차장’으로 관광버스들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버스들이 면세점 앞 도로에 정차한 채 관광객들을 내리거나 싣는 과정, 다른 주차장으로 방향으로 바꿔 회차하는 과정 등에서 매일마다 주변 도로에서는 극심한 교통 혼잡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말까지 소공동과 명동 일대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월평균 152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76건)의 두 배에 이른다. 위반 차량은 대부분 유커(중국관광객)를 실은 관광버스였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1980년대 면세점 특허를 처음 받을 당시로는 충분한 주차공간이었지만 최근 늘어난 관광객 수요를 고려하면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같은 ‘도심 면세점 교통난’으로 서울 시민들은 물론 유커 등 관광객들 사이에서까지 불평이 쏟아지는만큼 “새로 서울시내에 면세점을 열겠다”고 나선 후보업체들로서는 현실성 있는 주차 대책을 반드시 사업계획서를 통해 내놓아야하는 처지다.
일단 지금까지 공개된 주차 공간 계획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이다.
HDC신라는 용산 아이파크몰 배후 부지에 350대 버스를 동시에 댈 수 있는 주차장을 지을 계획이다.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바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면세점으로 올라갈 수 있는 버스 터미널식 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더구나 용산구청으로부터 인근 전자상가의 공용 주차장 부지(약 50대 버스 주차 공간)를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면세점이 들어설 63빌딩과 서울여의도성모병원 사이 부지를 임대하고 고수부지 주차장도 이용, 관광버스 100대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HDC신라나 한화는 각각 입지가 도심과 거리가 있는 용산, 여의도라 그나마 여유 공간을 찾기가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도심과 가까운 건물을 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한 업체들은 인근 주차장들을 최대한 이용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점찍은 동대문 ‘피트인’의 경우 현재 승용차 165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갖추고 있지만, 대형버스 전용 주차장이 없다. 따라서 롯데는 주변시설이나 동대문 지역상권과의 협약을 통해 주차 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인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이면도로에는 대형버스 27대, DDP내 공영주차장에도 승용차 1천200대가 주차할 수 있다는 공간이 있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두 지점 모두 걸어서 6~8분이면 피트인에 도착할 수 있다
중구 신세계 본점을 면세점 입지로 정한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도 “면세점 콘셉트를 단체 관광객이 아닌 개별 관광객 위주로 잡고 있긴 하지만, 관광버스 주차장도 중요한 요소”라며 “쇼핑과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부근 주차장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대 입구 ‘서교자이갤러리’ 부지 새 건물을 사용할 이랜드그룹은 건물 내 주차장(버스 10대·승용차 132대 수용)과 망원지구 공영 주차장(잠두봉 선착장), 상암동 평화의 공원 주차장 등을 연계할 계획이다.
순히 주차장 크기가 아니라, 주차장과 이어지는 주변 도로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면세점 후보업체 관계자는 “예를 들어 면세점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진입 도로가 편도라면, 아무리 주차장이 커도 면세점 주변의 교통 혼잡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