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를 깎는 변화만이 살 길이다.`
시스템통합(SI)업계가 제 2의 도약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기존의 낡은 관행과 좁은 사업영역 및 지역의 울타리를 벗어나 환골탈태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SI업계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올 들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안팎으로 어려운 업계 상황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기존의 관행과 사업영역을 타파하고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대부분의 SI업체들은 국내 경기 불안에다 전세계적인 정보기술(IT)업계의 불황으로 초라한 성적표를 내밀었다. 상당수 업체들이 적자를 내거나 큰 폭의 이익 감소를 경험했다. 지난 1년간 업계 선두 1~3위 업체의 CEO 얼굴이 모두 바뀔 정도로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다.
◇밝지 않은 시장 전망= 기업들의 IT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성상 SI업체들은 올해도 시장여건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발표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SI시장은 1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11조4,000억원에 비해 11.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업체들은 임박한 이라크전쟁과 북한 핵문제, 공공부문의 예산지출 증가세 둔화 등 여러 악재가 겹쳐 한자리수 성장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SI업계에서는 좁은 국내 시장에서 제살깎기식 경쟁을 벌여서는 위기가 가중될 뿐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익을 낸 업체들의 상당수도 영업이익률이 3~4% 미만일 정도로 치열한 수주경쟁으로 재무제표가 멍들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는
▲수익성 중시 경영
▲신규사업 진출
▲아웃소싱사업 확대
▲해외시장 진출 등을 적극 추진하지 않으면 생존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수년 내 도래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있다.
◇수익성 최우선=`무조건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과거 관행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SI업계는 그 동안 미래 사업 선점, 경쟁업체 배제 등을 위해 수십억원짜리 사업의 `1원 수주`도 불사해왔다. 낙찰가로 10원을 써 낸 업체가 1원을 적은 경쟁업체에 고배를 마신 일도 있을 정도. 미래고객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공부문 사업의 경우 적자를 감수해가며 사업권을 따내는 것도 관행처럼 자리잡았다.
그러나 올 들어 일부 업체들이 더 이상 초저가 경쟁을 벌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업계 내부적으로 저가경쟁을 자제하고 현행 최저가 낙찰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여기에다 업체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전략수립이 한창이다.
◇성장시장을 잡아라= 지난 몇 년간의 해외진출 노력이 올해 본격 결실을 맺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업체별로 유통, 금융, 제조업 등 시장 전망이 밝고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I업계는 지난 몇 년간 해외 진출을 위해 프로세스성숙도모델(CMM) 획득, 해외지사 및 거점 마련, 국내업체간 협의체 구성 등 관련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특히 국내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이 가능한 공공ㆍ금융부문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중견업체들의 경우 다양한 분야에 모두 이름을 내걸기보다 경쟁력을 갖춘 부문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기업의 주력업종이나 과거 프로젝트 수행경험 등을 살려 경쟁력을 갖춘 시장에 승부를 걸어 위기를 헤쳐나간다는 전략이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