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우리 소리를 찾아

지난 3일 공사 창립 30주년을 맞은 KBS가 이를 기념하는 HD특집 다큐멘터리 `소리`를 오는 5∼14일 밤 12시에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은 국악계의 `숨은 명인`을 찾아 그들의 예술적 호흡을 채록, 전통예술의 잊혀진 부분을 복원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줄 문화적 지평을 확대하고자 기획됐다. 무당, 기녀, 광대 등 제대로 존대를 받진 못했지만 일생을 바쳐 일궈낸 소리를 지닌 주인공들이 6개월 여의 제작 기간 동안 HD카메라에 그들의 흔적을 남겼다. 5일 방송되는 제1편 `죽은 자를 위한 산 자의 어머니, 채정례`에서는 전남 진도씻김굿의 유일한 현존 계승자인 채정례(77) 선생의 `사는 이야기`를 듣는다. 진도씻김굿은 가무악의 모든 것을 갖췄다 하여 높은 학술적 평가를 받게 됐지만 명맥이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굿을 요청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씻김을 제대로 할 단골(무녀)도 사라져 가기 때문. 2편 `화려한 시절의 고독한 광대, 한승호`(6일)에서는 서도소리의 마지막 거두인 한승호(79) 선생의 삶을 소개한다. 평생 `캄캄한 밤 혼자 산길을 가는 심정`으로 `광주판 서편제`의 대가 김채만 선생의 소리를 채록해 온 그는 현재 서울 정릉 근처에서 변변한 제자 하나 없이 은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3편 `잊혀진 가문의 마지막 중고제, 심화영`(7일)편에서는 타고난 소리꾼 가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청송 심씨 일가를 찾는다. 예맥(藝脈)을 잇는 마지막 인물인 기녀 출신 심화영(89) 선생이 주인공. 심 선생은 중고제의 대가인 아버지 심정순, 가야금 산조와 병창에 탁월한 사촌오빠 심상건ㆍ친오빠 심재덕, 가야금 산조와 소리로 이름난 언니 심매향 등을 배출한 심씨 가문의 마지막 예인이다. 13일 방영될 제 4편 `강산제일의 구음, 김수악`에서는 진주검무로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교방굿거리춤으로 경남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은 가무악의 대가 김수악(78) 선생 편을 방송한다. 마지막 5편 `다도해의 제사장, 정영만`(14일)에서는 통영 세습무의 마지막 계승자이자 `피리잡이`인 젊은 명인 정영만(47)을 소개한다. 기획자인 최공섭 PD는 “이 분들은 우리 소리의 각 분야에서 마지막 세대”라며 “후손에게 물려 줄 자료를 남긴다는 사명감으로 제작에 임했다”고 밝혔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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