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지연·정부대책 미흡에/“투자비중 축소” 등 경고 잇달아외국인들의 국내증시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도세는 지난 9월중순의 추석연휴 이후 하루 2백억∼3백억원 규모로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왔는데 최근 매도규모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로인해 일부에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의 국내증시 이탈이 본격화되는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매도확대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10월초까지만 해도 외국인투자가들의 매도세가 단순히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 하락이나 동남아증시하락으로 인해 투자비중을 일부 줄이는 작업에 의한 것으로 해석, 급매물이 해소되면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주춤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런데 최근 매도물량이 늘어나면서 『국내시장을 완전히 떠나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최근 외국계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은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와 정부의 위기대처능력부족을 지적하면서 한국증시에 대한 경고를 잇달아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의 크레디리요네증권은 최근 「한국의 위험」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정부가 1달러당 원화환율을 9백15원에서 저지하려는 정책을 지속하면 수개월도 못가서 재벌의 부도사태가 다시 이어져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여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스티브 마빈 쌍용투자증권이사도 지난 17일 투자신탁협회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전역의 경제는 내년에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한국증시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크레디리요네증권과 스티브 마빈이사는 공동으로 『한국정부가 문제의 핵심을 깨닫지 못하고 잘못된 정책을 펼쳐 한국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한국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관심을 끌었다.
스티브 마빈 이사는 『한국기업들의 필연적인 구조조정은 수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혼수상태에 빠진 한국경제가 단기간내에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한국수출의 50%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동남아국가들의 통화가치도 급락해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과다한 설비투자나 무분별한 투자에 나선 재벌들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재벌들의 추가도산이 우려된다』면서 『외국의 펀드매니저들이 주식투자비중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 최근 외국인투자가들의 주식매도배경을 읽을 수 있게 했다.<정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