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직 사퇴땐 '포스트 라응찬' 논의 탄력

신상훈ㆍ이백순 거취가 변수
이사회 산하 ‘특위’ 전격 가동


신한금융지주가 4일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잠정 결정받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전 회장을 대신할 후임경영구도 마련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라 전 회장이 이번 징계로 등기이사직까지 내놓을 경우 신한지주 입장에선 홀가분하게 후임자를 물색할 수 있다. 다만 신한지주가 경영진과 지배구조의 새 판을 짜기 위해선 라 전 회장뿐 아니라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다른 사령탑의 거취도 함께 결정돼야 한다는 점이 변수로 남았다. 아울러 금융위원회가 라 전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 건의 사항을 수용할 지 여부도 신한지주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룹 경영엔 지장 없어=라 전 회장이 향후 금융위로부터도 직무정지 조치를 확정받는다고 하더라도 신한금융그룹의 경영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 전 회장은 이미 지난달 30일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금주부터 류시열 비상근 사내이사가 회장 직무대행으로 취임해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라 전 회장은 아직 등기 이사이긴 하지만 이번 비상경영을 위해 이사회 산하에 설치된 ‘특별위원회’의 일원도 아닌 탓에 당장의 지주 운영에 그의 거취가 새삼 걸림돌이 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라 전 회장이 이사자격까지 스스로 벗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면 특위 입장에선 부담 없이 그의 후임자 논의를 표면화할 수 있다. 특위는 오는 9일 서울 태평로 신한지주 본사에서 첫 회의를 연다. 지난달 30일 정기이사회가 열린 이후 불과 열흘만에 비상경영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는 셈이다. 특위는 첫 회의에서 위원장 선임과 의사결정 방식, 주요 일정 및 향후 논의 주제 등을 다룰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장으로는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의 김병일 사외이사가 세간의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또 다른 사외이사인 윤계섭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전문성과 연륜을 고려 할 때 위원장으로서 손색이 없다. ◇이사직 유임시엔 경영 차질 가능성=다만 라 전 회장이 이사 자격에서 자진 사퇴 하지 않는다면 사정은 조금 더 복잡해진다. 이 경우 임시이사회를 소집해 임시주총 소집을 의결한 뒤 임시주총에서 라 전 회장의 이사직 해임을 결의해야 한다. 라 전 회장과 오랜 기간 친분이 있는 대부분의 이사들으로선 가장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만약 무리해서 임시주총을 연다고 해도 빨라야 내년 1월쯤에나 개최가 가능하다는 게 신한지주측의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신한지주의 임원과 실무진은 올해 영업결산과 내년 경영전략에 올인해야 할 시간에 예상치도 못한 주총 준비에 매달려야 한다. 더구나 임시주총이 끝나면 또 다시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기다리고 있다. 한마디로 앞으로 4개월간 업무차질이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라 전 회장이 중징계 내용에 반발해 금융당국에 이의신청을 제기하거나 행정소송에 돌입한다면 사태는 한층 더 장기화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금융위가 라 전 회장의 금융인으로서의 공적을 정상 참작해 징계수위 자체를 다소 낮춰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라 전 회장에게 최소한의 체면을 지키면서 스스로 이사직을 벗을 명분을 마련하는 의미다. 금융당국의 제재 법규상 이 같은 조율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위와 신한지주 이사회, 라 전 회장 모두의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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