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곧 무너질 것 같았다. 날로 떨어지는 산업경쟁력과 누적되는 적자, 히피와 프리섹스…. 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은 가망 없는 나라로 보였다.
결과는 딴판이다. 도리어 더 강해졌다.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 미국의 저력은 봉사와 희생, 자산과 기부에서 나온다. 가진 자일수록 모범을 보이고 많이 베푼다.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 정신이다. 처음부터 그랬을까. 대답은 노(No). 청교도 윤리로 무장했다지만 초기 미국 사회사를 대변하는 것은 탐욕이다. 거칠고 황량한 신생국가 미국이 ‘나눔과 사랑’의 나라로 거듭난 것은 소수의 부자들로부터 연유한다.
‘존경받는 부자’의 효시는 ‘강철왕’ 카네기(Andrew Carnegie)다. 1835년 11월25일. 그가 태어난 날이다. 자수성가한 그가 30세에 설립한 제철소는 합병과정을 거치며 ‘US스틸’로 발전한다. ‘1ㆍ2차 세계대전의 승리는 US스틸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은 바로 그 회사다.
부를 거머쥔 카네기는 1911년 미국에서 두번째로 자선재단을 설립한다. 총액 3억달러.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거금이다. 1907년 은행가의 미망인이 세운 최초인 자선기금 ‘러셀세이지 재단’의 규모를 훨씬 능가했다. 그는 평생 5억달러를 자선 사업에 쏟아 부었다. 도서관만 2,500여개를 세웠다.
카네기의 모범은 록펠러와 후버, 테드 터너,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맑은 윗물은 아랫물을 정화시켰다. 6만여개, 재산 5,000억달러에 이르는 오늘날 미국 자선재단 재원의 70%가 보통사람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미국이 강한 이유다. 발원지는 카네기다. 그의 정신은 미국 뿐 아니라 인류의 자산이다.
/권홍우ㆍ경제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