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갈비집에서 적포도주를 마시며 고기를 구워먹는 손님들이 이제는 제법 눈에 띈다. 고기집에서 소주로 시작해 2차 맥주, 3차 폭탄주로 이어지던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에도 레드 와인의 붉은 빛깔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에서 우아하게 와인잔을 기울이는 새로운 직장 문화에 분개하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와인 매니아들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추석과 같은 명절 때도 와인 선물을 주문하는 고객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극히 소수의 `고상한 사람들`이나 마시는 것으로 인식돼 온 서양 술이 급작스레 주류(酒類) 사회의 다크 호스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건강 `붐`과 웰빙 추세에 기인한 바가 크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레드 와인이 서양인들의 건강 유지와 장수의 비결로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식사와 함께 한두 잔의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 게다가 과음과 폭음을 피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와인이야말로 적당한 음주를 즐기기 좋은 술이다. 이렇게 건강 때문에 찾던 와인의 향기는 이제 많은 주당들의 입맛까지 바꿔 놓아, 와인 수요는 두자릿 수의 가파른 성장세를 해마다 거듭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99년 약 690만병(750㎖)에 불과했던 와인 수입량이 2000년 1,002만병, 2001년 1,250만병에 이어 지난해 1,479만병으로 매년 평균 25%씩 성장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의 와인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5%나 늘어났다.
최근에는 웰빙 열풍의 순풍을 타고 일반 와인보다 비싼 유기농 와인도 출시되고 있다.유기농 와인이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토양의 자연적인 성격을 최대한 살린 제품. 아직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무시 못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편 와인의 인기와 함께 와인의 풍미를 좀더 제대로 즐기기 위한 관련 제품도 매출을 늘리고 있다. 80만원부터 1,000만원대도 호가하는 와인셀러부터 다양한 모양의 와인글라스, 코르크 뚜껑따개, 호일커터 등 와인 관련 용품이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점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와인전문샵 `르클럽드뱅` 종로점의 정담은 매니저는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보도이후 와인을 구매하는 소비자 수와 함께 와인셀러나 와인잔, 관련 액세서리 등의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와인관련 상품들은 앞으로 꾸준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