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닉 리슨 자서전영화 '겜블'

「위험한 정사」의 감독 제임스 디어든이 메가폰을 잡은 「겜블」은 1995년 불과 28살의 나이에 출중한 투자 수완으로 출세가도를 달렸지만, 불법투자로 영국의 유서깊은 민간은행 베어링스를 파산에 이르게 한 실존 인물 닉 리슨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대단히 이재에 밝았던 그는 감옥살이를 하면서도 9억원의 판권료를 받고 자서전 「악덕 거래인」을 썼다. 이 영화는 그 자서전을 원작으로 영국의 청춘스타 이완 맥그리거를 내세워 자본주의의 성공담과 추락담을 냉랭하고 무미건조하게 그려 나간다.닉 리슨의 내레이션과 함께 흘러가는 이 영화는 리슨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디어든 감독의 시선에는 동정도, 비판도 깃들어 있지 않다. 디어든 감독은 또 리슨을 빌미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물고 늘어지지도 않는다. 기회를 엿보고 있는 영국 베어링스은행의 사원 닉 리슨(이완 맥그리거)에게 회사의 골칫거리인 인도네시아의 채권정리 임무가 주어진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매달린 그는 2,000%의 수익률을 올리고 회사 감독관으로 나온 리사(안나 프릴)와의 연애에도 성공한다. 닉 리슨은 싱가포르지사의 증권매니저로 발령받는다. 그는 수익을 높이기 위해 회사 몰래 유령계좌를 만들어 불법거래를 하고, 회사와 증권가에 깜짝 놀랄만한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무모하게 투자 규모를 불려가던 그는 큰 빚을 지게 된다. 그는 혼자 해결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손실액은 커져만 간다. 『오늘은 5,000만달러를 잃었어』라는 리슨의 독백은 파멸의 속도를 능히 짐작케 한다. 11일 개봉.입력시간 2000/03/14 18:17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