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적자 '국가 보전' 의무 조항 없앤다

새누리당이 지난달 당론으로 발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서 국가의 적자 보전 근거조항을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게시된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보면 현행 공무원연금법 ‘제69조 1항’의 후반 단서 조항이 삭제됐다.

삭제된 부분은 “퇴직급여 및 유족급여에 드는 비용을 기여금과 연금부담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부족한 금액(이하 보전금이라 한다)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부담하여야 한다”고 명시, 국가의 적자 보전의무를 규정했던 조항이다.

여당은 적자 보전 의무를 삭제하는 대신 개정안 69조2 제2항에 공무원의 납입액(기여금)과 정부 부담금, 부족할 경우 재정 지원을 합쳐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현행 공무원연금법에도 책임준비금 적립 조항이 있지만 공무원연금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유명무실한 상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가에 적자 보전의무를 부여한 규정을 법률에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학계 지적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여당 개혁안 설계에 참여한 한 인사는 “기여금과 정부 부담금만으로 퇴직자의 연금을 지급하기에는 매년 수조원이 모자라기 때문에 법에서 보전의무 조항이 삭제된다고 해서 당장 재정 지원이 끊기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인사는 이어 “부족분을 무조건 재정으로 메워주는 방식보다는 공무원 기여금과 정부 부담금, 여기에 재정 지원까지 합쳐 책임준비금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를 운영하도록 철학을 전환하는 것이 책임성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의 개정안은 또 지난달 27일 기자회견 발표 내용과 달리 공무원의 기여금만 7%에서 10%로 올리고 정부 부담금은 7%로 유지하는 내용으로 잘못 표기됐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적 연금은 사용자(기업 또는 정부)와 피용자(근로자 또는 공무원)가 같은 액수를 부담하게 설계돼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부칙의 경과 규정을 보면 정부 부담금이 2016년 8%, 2017년 9%로 제대로 나와 있다”면서 “법안의 신구조문대비표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표기 오류를 시인했다.

공무원 노조는 여당이 공무원연금의 성격을 무시한 채 적자 보전 조항을 삭제하려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국민과 공무원에게 숨기려 했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위원장은 “보전금 근거를 삭제하는 중요한 내용을 ‘쉬쉬’한 것을 보니 여당과 정부가 아직도 이해당사자인 공무원의 협조를 구하기는커녕 기만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이어 “공무원의 납입액에 상응해서 높아져야 할 정부 부담금을 그대로 둔 것을 단순 실수라고 인정하더라도 여당의 법안이 기본적인 사항조차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졸속입법’이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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