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방의 재무설계사(FP)를 찾아가세요. 은행창구에서는 펀드에 대해 얘기할 수 없습니다” (씨티은행 뉴욕 코리아타운 지점 관계자) 펀드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반드시 겪는 문제가 ‘불완전 판매’다. 상품특성과 위험을 고객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 이 같은 펀드 판매 행태는 고객과의 마찰과 소송을 야기, 투자자와 펀드운용사를 모두 곤란하게 만든다. 펀드 선진국인 미국도 지난 2000년 증시버블 붕괴 당시 이로 인해 골머리를 앓으면서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함께 금융사의 고객보호 의무가 강화되는 국내에서는 눈 여겨 볼 사항이다. 우선 은행창구 직원은 펀드판매와 상담을 하지 않는다. 씨티은행의 경우 복합점포내서는 특정자격을 갖춘 재무설계사(FP)를 별도로 배치, 펀드판매를 전담한다. 일반 창구에서는 펀드와 관련한 언급을 하는 것 조차 금지 사항이다. ‘미래 수익률이 좋을 것이다’, ‘원금이 충분히 보장된다’ 등 국내에서는 상투적인 홍보내용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내 펀드판매 1위인 메릴린치의 로버트 자켐 자산관리 및 투자상품 전무는 “메릴린치 소속 재무설계사(FP)들은 고객에게 펀드의 안전성 또는 잠재적 수익을 이야기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며 “과거 수익률은 공개해도 되지만 미래수익률에 대한 섣부른 전망도 고객에게 말해서는 안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규정을 어기더라도 ‘일단 팔고 보자’는 심산으로 펀드를 판매했다간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토마스 워슬리 피델리티 뉴욕지점 컨설턴트는 “고객과 마찰을 빚거나 소송이 발생해 정부 또는 회사로부터 제재를 받은 재무설계사는 전미증권업협회(NASD) 사이트에 그 내용이 공개된다”고 소개했다. 일단 리스트에 오른 직원은 퇴직 후 재취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영영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고객 보호 노력도 철저하다. 뉴욕 한인타운의 애런김 씨티은행 코리아타운 지점장은 “펀드상담에서는 가장 먼저 은행예금이 아니니 손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린 다음 투자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비용절감을 통해 미국 내 최저수준의 펀드 수수료를 자랑해 온 뱅가드 그룹조차 고객정보 관리에서는 일개 복사직원까지 모두 정규직을 고용해 쓸 정도로 엄격하다. 네이선 뉴포트 뱅가드 국제고객서비스담당 관리자는 “외부용역을 줬다가 고객기록이 새 나가면 큰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글렌 가이몬 미국 자산운용협회(ICI) 국제담당 부자문역은 “업계와 감독당국이 공동으로 펀드 판매에 대해 사전·사후 감독을 벌이면서 펀드시장이 신뢰를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