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유가에 파업.점거까지… 재계 "어쩌나"

악재 겹쳐 하반기 실적 악화 가능성

'원화 강세와 치솟는 유가에다 노조의 파업과 사업장 불법 점거까지…' 국내 산업계가 사면초가의 형국 속에서 연일 이어지는 악재로 신음하면서 실적 악화와 경쟁력 하락에 대한 위기감에 휩싸였다. 국내 기업들은 올 들어 원화 강세로 수출경쟁력에 타격을 입은 데다 최근에는 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속하고 있으며, 자동차 업계 노조의 파업 확산에다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점거 등 노조의 하투(夏鬪)가 강경국면으로 치달으면서 피해규모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입원유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최근 배럴당 70달러선을 넘어선 데 이어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연초부터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등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심정으로 비용 절감을 위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고유가로 인한 전체적인 비용 상승에 대응할 별다른 대책이 없어 높아진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상황이다. 특히 수년전부터 수익성 악화로 신음하고 있는 화섬업계나 연료비 비중이 큰 항공업계, 석유 화학업계 등은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업계도 직.간접적으로 에너지 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원가구조를 갖고 있어 늘어난 원가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업계는 연초부터 원-달러 환율의 급락으로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유가의 상승행진이 지속될 경우 늘어난 원가부담으로 수익성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현대자동차에 이어 나머지 국내 완성차 업체의 노조들도 올해 임단협 결렬을 이유로 속속 파업에 동참하면서 생산라인의 가동 중단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말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우 점차 파업의 강도를 높여가면서 사실상 전면 파업을 시작한 상황이며, 이로 인한 현대차의 직접적인 손실 규모는 7천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현대차 노조 뿐 아니라 쌍용차와 GM대우의 노조도 지난 14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했으며, 18일부터는 기아차 노조도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어서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자동차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포스코는 지난 13일부터 포항건설 노조원들에게 포항 본사를 점령당한 뒤 업무를 보지 못하고 있어 하루 100억여원의 피해와 함께 현재 진행중인 파이넥스공장 건설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산업계는 사방이 악재로 둘러싸여 있어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시계 0(제로)'인 상황"이라면서 "언제쯤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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