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역량이 최근 크게 감소하면서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감소에다 원화 강세 등으로 가격 경쟁력도 떨어져 국내 기업들의 수출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와 네덜란드 경제기획청(CPB)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교역량은 전분기보다 1.44% 감소했다. 세계 교역량이 전분기보다 감소한 것은 작년 1분기 이후 4분기 만에 처음이다. 1분기 교역량 증가율(-1.44%)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11.02%) 이후 가장 낮다. 교역량 감소는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각국의 수입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1분기 세계 수입량은 전분기보다 2.26% 감소했다. 역시 2009년 1분기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지역별로는 신흥국 전체 수입량이 전분기보다 4.80% 감소했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인 아시아 신흥국의 수입량이 중국의 경기 둔화와 상품 가격 하락 등으로 7.05% 급감했다.
선진국 전체 수입량은 전분기보다 0.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선진국 중에서도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수입량은 1.03% 감소했다. 한국 수출은 올해 1분기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감소했다.
수요 감소 외에도 원화 강세와 에너지 등 상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출 단가 하락도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4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8.1% 줄었다. 5월 수출도 조업일수 감소와 세계적인 수요 위축 등으로 부진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이외 통화의 가치 절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 부진도 개선이 쉽지 않다”며 “수출은 올해 4분기에 가서야 증가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불황형 흑자’가 나타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들도 매출은 줄지만 원가 절감 등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자동차부품은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고, 정유·화학·철강·비철금속은 환율보다는 상품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수요 감소는 모든 업종에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수출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수출 부진은 주식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에는 수출과 코스피의 상관관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수출 부진은 기업들의 실적 성장을 가로막기 때문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2분기에도 원화 강세, 세계 제조업 경기 둔화 등이 이어져 전반적인 수출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하반기에는 중국 수요 회복, 에너지 상품 가격 회복 등으로 수출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