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학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22일 10만원권 발행 문제와 관련, "10만원권을 발행하기보다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히고 "10만원권을 만들면 화폐에 0자가 너무 많아져 한국의 경제규모나 경제위상을 감안할 때 좋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다수의 견해"라면서 10만원권 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지난해 5만원권 발행으로 올해 조폐공사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만큼 경영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고 우려했다. 전 사장은 "5만원권 발행으로 연간 10억장 수준을 유지하던 은행권 사업이 올해에는 절반 수준인 5억장으로 대폭 줄고 수표사업마저 30% 가까이 감소했다"면서 "10만원권이 나온다면 은행권은 70%까지 줄어들고 조폐공사 인원은 70%를 구조조정해야 할 상황으로 만년 적자 공기업으로의 전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은행과의 발권량 및 단가 협상과 관련, "조폐공사는 올해 8억장 이상을 요구했지만 한은이 창고에 1만원권이 10억장 쌓여 있을 정도로 재고가 차 있다고 해서 관철하지 못했다"면서 "특히 지난해에는 5만원권 시제품을 만들 때 지폐 커팅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생겨 상당한 비용이 늘어났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 사장은 금화 발행 검토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으로 단합해 20억달러 외화를 차입하는 효과를 본 적이 있다"면서 "호황 때 금화를 발행해뒀다가 위기 때 금화가 시장에 나오면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다만 결정권한을 가진 한은이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따라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전한 뒤 "정부가 올해는 6ㆍ25 60주년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등 2건에 대해 기념주화 발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