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증거 없는 자백도 정황증거 있으면 유죄

마약 투약자가 자백했지만 직접증거는 없는 사건에서 자백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가 있다면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행법상 자백이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으며, 피해자ㆍ목격자의 진술이나 범행도구 같은 간접증거 등이 있어야 유죄로 판단할 수 있다. 26일 대법원에 따르면 박모씨는 2006년초 “마약을 투약했다”며 수사기관에 자수했다. 이에 검찰은 박씨를 조사해 마약구입 및 투약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박씨의 마약구입 및 투약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투약혐의에 대해 박씨의 자백만 있을 뿐 직접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마약구입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이에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박씨에 대해 일부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히로뽕을 사 일부를 투약했다고 자백했고, ‘피고인의 투약 전날과 3일 전에 히로뽕을 팔았다’는 참고인 진술은 자백의 진실성을 담보해 보강증거가 되기에 충분하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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